진흙탕에 빠진 러시아 탱크…해빙기가 우크라이나 구하나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서 군사훈련을 하는 러시아 탱크 10여 대가 진흙탕에 갇혀 옴짝달싹 못 하는 모습이 공개돼 눈길을 끈다.
우크라이나 흑토는 해빙기 진창으로 변하는 것으로 유명해 당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땅이 꽁꽁 언 겨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바 있는데, 어느덧 2월 중순을 지나며 땅이 녹아 탱크가 진흙 속에서 곤욕을 겪는 모습이 목격됐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러시아 등 전 세계 관심이 집중된 지역의 군사 동향 등을 보여주는 독립매체 'Liveuamap'은 지난 11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이 같은 영상을 공개했다.
러시아 남부 우크라이나 접경 도시 로스토프 인근 지역에서 찍힌 것으로 보이는 이 영상은 군사 훈련 중이던 탱크 12대가 깊은 진흙탕에 빠진 모습을 담고 있다.
굴착기를 동원해 진흙을 퍼내고, 민간인 복장의 한 남성이 탱크를 빼내려 애쓰는 모습도 담겼다.
15일 미국 온라인 군사전문 매체 디펜스 블로그에 따르면 진흙 속 탱크는 'T-72B3'으로, 러시아 육군의 주력전차 T-72의 최신 개량형이다.
기존 T-72B에 새로운 사격 통제시스템을 장착하고 낡은 엔진을 교체하는 등 현대화한 모델이다.
기체 전방 양쪽에는 장갑판을, 후방에는 로켓추진탄(RPG)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와이어 케이지 장갑을 설치했다. 또 1천130마력 이상의 강력한 엔진과 개선된 무장 시스템을 갖췄다. 텔레비전 후방 카메라와 새 조준 디지털 디스플레이 시스템도 장착했다.
이는 과거 우크라이나와 조지아, 시리아에서의 전투 경험을 고려한 개량이라고 디펜스 블로그는 분석했다.
48초 분량의 짧은 영상이지만, 현지의 날씨 여건이 녹록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외신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변수 중 하나로 날씨를 지목하고 있다.
3월이면 우크라이나 땅이 진흙탕으로 변하는 '라스푸티차'(Rasputitsa) 현상이 찾아온다.
올해는 우크라이나 1월 기온이 예년보다 높았고 습기가 많아 땅도 더 젖어 진흙이 많다고 미 CNN은 전한 바 있다.
날씨가 추워 땅이 굳으면 탱크 등 군사 장비가 쉽게 이동할 수 있지만, 땅이 녹아 질퍽질퍽해지면 이동이 어려워진다.
특히 키예프와 벨라루스 사이 우크라이나 북부 지역은 습지대가 많고 봄에 언 땅이 녹으면 라스푸티차 현상이 잘 발생해 해빙기 기갑부대가 전진하기 어려운 지형으로 거론된다.
과거 러시아 원정에 나선 나폴레옹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을 침공한 독일군도 이 지역을 돌파하느라 고전을 면치 못했고, 결국 패전의 한 원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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