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사태에 '희귀가스 수입' 반도체 업계 긴장…수급차질 우려

입력 2022-02-15 15:57
수정 2022-02-15 16:23
우크라 사태에 '희귀가스 수입' 반도체 업계 긴장…수급차질 우려

필수 원재료 네온-크립톤 의존도 높아…작년에 양국서 28.3% 수입

"공급선 다변화 노력"…반도체 라인 중단할 정도의 심각 상황은 아냐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김철선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이들 국가로부터 원재료를 수입하는 국내 반도체 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국내 기업들은 반도체 생산공정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특정 희귀가스를 두 나라에서 주로 공급받고 있는데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공급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반도체 생산 공정의 필수 원재료인 희귀가스 네온(Ne)과 크립톤(Kr)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등지에서 수입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통계를 보면 지난해 수입된 네온 중 28.3%가 우크라이나(23.0%)와 러시아(5.3%)에서 들어왔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네온 수입 의존 국가는 중국이 66.6%로 1위였지만, 재작년의 경우 우크라이나가 52.5%로 1위였다.

네온은 실리콘 웨이퍼에 미세회로를 새기는 반도체 노광공정에 사용되는 원재료로, 공기 중에 0.00182% 밖에 포함돼 있지 않은 희귀가스다.

지난달 포스코[005490]가 광양제철소 산소공장에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네온 생산 설비를 준공했지만, 아직 국내 반도체 업계는 네온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크립톤의 경우 이들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다. 크립톤 가스는 노광공정으로 웨이퍼에 새겨진 회로 패턴을 제외하고 나머지 부분을 제거하는 반도체 식각공정에 사용된다.

지난해 수입된 크립톤의 48.2%가 우크라이나(30.7%)와 러시아(17.5%)에서 들어왔다. 우크라이나는 작년과 재작년 모두 한국의 크립톤 수입 의존이 가장 높은 국가였다.



8대 공정이 라인을 따라 연속적으로 진행되는 반도체 공정의 특성상 원재료 부족으로 어느 한 공정이라도 차질이 생기면 전체 라인을 멈출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최근 두 나라의 긴장 관계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다만 네온을 비롯해 일부 원재료의 두 나라 수입 의존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반도체 라인 가동 중단을 거론할 만큼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네온을 우크라이나에서 주로 수입해온 것은 맞지만 그 외에도 공급선이 있다"며 "일본의 수출규제,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을 겪으며 공급선 다변화를 추진해왔으며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고강도 반도체 제재에 나설 경우 국내 반도체 업계에도 직·간접 영향이 미치는 만큼 미리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기업의 대(對)러시아 반도체 수출 규모는 크지 않은 편이다. 지난해 대러시아 반도체 수출액은 7천400만달러(885억원), 전체 반도체 수출의 0.6% 수준이다.

하지만 미국이 자국 반도체 기술이 적용된 제품 전반에 대해 수출 금지 조처를 내릴 경우 제재 범위에 따라서는 미국 반도체 기술이 탑재된 전자·IT 제품도 수출이 금지되는 사태까지 발생할 수 있어 업계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 기업과의 반도체 거래 규모가 크지 않아 직접적인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국의 반도체 제재 범위가 어떻게 될지 지켜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kc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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