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에탄올, 휘발유보다 환경에 나쁘다?…美연구 논쟁
위스콘신대 연구진 "옥수수 경작·농지개간 과정 탄소 대량 배출"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옥수수로 만든 연료인 바이오 에탄올이 널리 알려진 것과 달리 순수 휘발유보다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논쟁이 일고 있다.
14일(현지시간) AP 통신과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위스콘신대학 연구진은 이날 미국국립과학원(NAS) 논문집에 실린 연구보고서에서 옥수수로 만든 에탄올의 탄소집약도가 순수 휘발유보다 최소 24% 높다고 주장했다.
비록 에탄올 자체에는 탄소가 적게 들어있을지 몰라도, 원재료인 옥수수를 기르기 위해 땅을 갈고 질소 비료를 뿌리는 과정에서 대기 중으로 발산되는 탄소가 그보다 훨씬 많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은 2005년 제정한 신재생에너지연료혼합의무화(RFS) 법에 따라 자국 내에서 유통되는 휘발유에 바이오 에탄올 등 신재생 연료를 일정 비율 이상 의무적으로 혼합해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에너지 자급률 제고와 농가소득 증대, 지구온난화 억제 등을 위한 조처였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소비되는 바이오 에탄올은 연간 150억 갤런에 이른다.
하지만 보고서 제1 저자인 위스콘신대 지속가능성·지구환경센터의 타일러 라크 박사는 RFS 법 발효 이후 미국 내 옥수수 경작이 8.7% 늘고 2008∼2016년 사이 690만 에이커(2만7천923㎢)의 농경지가 새롭게 개간되면서 토양에 갇혀 있던 탄소가 대량으로 방출됐다면서 "옥수수 에탄올은 환경친화적 연료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옥수수로 만든 바이오 에탄올의 탄소집약도가 순수 휘발유보다 39% 낮다는 미 농무부(USDA)의 2019년 보고서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라크 박사는 USDA 보고서에서는 옥수수를 심을 농지를 확보하기 위한 토지 개간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과소평가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에탄올 업계 로비단체인 재생가능연료협회(RFA)의 제프 쿠퍼 회장 겸 최고경영자는 위스콘신대 연구진이 "최악의 경우를 가정한 채 자료를 취사선택함으로써 전적으로 허구적이고 잘못된 결론을 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 에너지부와 함께 위스콘신대 연구를 후원한 비영리단체 전미야생동물연합(NWF)이 바이오 에탄올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여온 단체라면서 "이번 연구 결과는 정유업계와 일부 환경론자들이 손을 잡고 바이오연료 지지자들과 논쟁을 벌이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환경보호국(EPA)은 2023년 이후 적용될 미국 내 신재생 연료 의무혼합 비율을 산정해 오는 5월께 발표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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