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르크메니스탄 권력세습 시도…대통령 아들 대선 출마
"2006년부터 권좌 현 대통령 아들, 차기 대통령 될 것" 관측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중앙아시아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장기 집권해온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함메도프(64) 대통령이 아들에게 권력 세습을 시도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AP·AFP 통신에 따르면 내각 의장인 베르디무함메도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의회 연설에서 자신의 나이를 이유로 새로운 세대를 위해 권력을 포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발표했다.
이후 투르크메니스탄 국영방송은 14일 집권 민주당이 베르디무함메도프 대통령의 아들인 세르다르 베르디무함메도프(40) 현 내각 부의장을 대선 후보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대선은 다음 달 12일 치러진다.
구소련 붕괴 이후 투르크메니스탄에서는 제대로 된 선거가 치러진 적이 없는 만큼, 부자간 권력 세습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베르디무함메도프 대통령은 2006년 전임자인 사파르무라트 니야조프 사후 권좌에 올라 15년 넘게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17년 대선 때는 경쟁 후보 8명이 전원 베르디무함메도프 대통령 지지를 선언했고, 그는 97%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베르디무함메도프 대통령은 자전거를 탄 채 과녁에 권총을 쏘거나 회의실에서 관료들의 박수 속에 금제 역기를 들어올리는 장면을 방송에 내보내는 등 건강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AP는 전했다.
투르크메니스탄 수도 아시바가트에는 베르디무함메도프 대통령이 말에 탄 장면을 형상화한 황금 동상도 서있다.
세르다르 베르디무함메도프 내각 부의장은 지난해 40세가 돼 대선 출마 요건을 갖췄다.
그는 2016년 의원이 된 뒤 언론 노출을 늘려왔다. 그가 2018년 의원에 재선됐을 당시 득표율은 91%였다. 지난해에는 나흘간 러시아를 순방하고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나는 등 대외 활동도 강화해왔다.
부자 권력 세습이 이뤄진다면 구소련에 속했던 중앙아시아 국가 중에 첫 사례다.
이번 발표는 인접국인 카자흐스탄에서 200명 이상이 사망한 시위·혼란 와중에 나온 것이기도 하다.
카자흐스탄에서는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이 2019년 권좌에서 내려온 뒤에도 실권을 휘두르다 올해 시위를 계기로 정치적 생명이 사실상 끝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르크메니스탄의 가스 매장량은 세계 4위지만 가스수송관 등 인프라 시설이 부족하며, 자원 의존적인 경제는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 투르크메니스탄은 한때 러시아에 천연가스 상당 부분을 수출해왔지만, 지금은 중국에 75% 이상을 수출하고 있다.
투르크메니스탄은 북한처럼 억압적이고 베일에 가려져 있으며, 외국인이 들어가기도 어려운 곳으로 평가받아왔다.
이 곳에서는 공식적으로 단 한 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도 보고되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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