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긴장고조] 확 달라진 바이든 대응, 아프간 철군 수모 반면교사?
러시아 침공 우려 선제적 제기…동맹과 밀착협의, 언론에 기밀까지 공개
아프간 땐 "정보 틀리고 준비 안돼" 비난받아…'크림반도 병합' 영향 해석도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사태 대응 방식이 작년 아프가니스탄 미군 철수 때와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선제적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를 제기하고 동맹과도 긴밀히 협의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프간 철수의 반면교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미국 대응의 상당 부분은 지난해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진격이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01년 9·11 테러 후 시작돼 20년간 끌어온 아프간전을 끝내겠다며 작년 8월 미군을 완전히 철수했다.
하지만 철군이 끝나기도 전에 반군 탈레반이 수도까지 장악하는 예상 못 한 일이 발생해 과거 치욕스러운 베트남전 철수의 전철을 반복했다는 거센 비난에 휩싸였다. 테러로 아프간인은 물론 미군까지 사망하는 참사가 빚어졌다.
현재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침공 의사가 없다는 러시아의 주장에 아랑곳하지 않고 언제라도 침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반박하며 조만간 침공 사태가 현실이 될 것이라는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조성하고 있다.
러시아로부터 '미국의 히스테리가 극에 달했다'는 비난을 받고, 심지어 우크라이나에서도 미국이 지나치게 긴장을 조성한다는 볼멘소리까지 들을 정도다.
이를 두고선 아프간의 미군 철수 시 탈레반의 빠른 진격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의식한 결과라는 시각이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작년 8월 당시 탈레반이 빨라도 그해 연말에나 수도로 진격하리라 예상했지만, 철군이 채 완료되지 못한 시점에 수도가 함락돼 버렸다.
이로 인해 제대로 된 준비도 없이 도망가듯이 대사관을 철수시키는 것은 물론 별도 병력을 투입해 10만 명이 넘는 미국인과 현지 아프간 조력자 등 민간인까지 함께 대피시키느라 큰 혼란과 수모를 겪었다.
반면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에는 일찌감치 대사관 직원, 가족은 물론 우크라이나 내 미국인에게도 대피하라고 알렸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3일 언론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침공해도 미군을 동원한 미국인 대피는 없다고 못 박을 정도로 서둘러서 우크라이나를 떠날 것을 촉구했다.
하루에도 수 차례씩 바이든 대통령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등 외교·안보 최고위 인사들이 동맹, 파트너 국가와 접촉하고 조율하는 것도 달라진 모습이다.
아프간 철수 때는 미국이 동맹과 정보를 제대로 공유하지 않는 것은 물론 독단적으로 철수를 결정한 뒤 동맹에 통보하는 식이라는 비판이 제기됐었다.
바이든 행정부의 태도는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 때 시행착오를 거울로 삼은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당시에도 미 정보당국이 러시아의 공격 동향에 관한 정보를 입수했지만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이와 관련한 정보를 공유하지 못하게 막았다는 게 미 언론의 보도다. 당시 바이든은 부통령이었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에는 정보원 노출 우려까지 감수하고 기밀을 해제한 뒤 러시아가 침공 구실을 만들기 위해 각종 위장 작전 등을 준비한다는 점을 언론에 알리고 있다.
여기에는 정보를 동맹과 공유하고 언론에 공개하는 것이 러시아의 공격적 행동을 막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이 깔렸다는 게 미 언론의 해석이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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