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긴장고조] '유럽 대전' 막자…영·독·프 외교전 총력
존슨은 파티게이트 출구·마크롱은 재선 위해 외교전에 집중
'러시아 눈치본다' 비판받던 숄츠, 젤렌스키·푸틴과 연쇄 회담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우크라이나의 전쟁 위기를 대화로 풀어보려는 영국과 독일, 프랑스 지도자가 각각의 사정 속에서 외교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과 AFP통신 등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시기에 총리실 등에서 열린 파티에 여러 차례 참석했다는 이른바 '파티게이트'로 궁지에 몰리며 국제적 현안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 주에는 이번 의혹을 조사하는 경찰이 보낸 법률질의에 답변해야 한다. 존슨 총리가 방역 제재를 위반한 것으로 밝혀지면 벌금형을 받을 가능성이 크며 이 경우 그에 대한 사임 요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런 급박한 상황이지만 존슨 총리는 이번 주 후반 유럽의 지도자들과 회담을 이어갈 예정이다.
영국 총리실은 존슨 총리가 누구와 어디에서 만날지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그가 북유럽이나 발트해 국가 수장들과 만나길 희망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총리실 대변인은 "우리가 가진 정보의 내용은 러시아가 언제든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것"이라며 "아직은 긴장을 낮출 기회가 있어 동맹과 끊임없이 협력할 것"이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는 14일 우크라이나 키예프를 찾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난 뒤 15일에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한다.
독일은 이번 사태에서 다른 서방과 달리 러시아에 강경책을 취하지 않는다며 우크라이나와 일부 유럽 동맹에 비난받았다.
특히 독일은 노르트 스트림-2 가스관 사업을 러시아 제재의 핵심 수단으로 사용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노르트 스트림-2 사업을 제재하면 러시아와 함께 독일도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지난 7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숄츠 총리와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면 노르트 스트림-2 사업이 백지화될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숄츠 총리는 이와 관련 명확한 언급을 피했다.
독일은 우크라이나의 무기 지원 요청도 일축해왔는데 이에 대해서도 러시아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숄츠 총리는 이번 우크라이나 방문을 통해 경제지원은 물론 무기 공급도 검토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AFP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독일에 대공미사일과 대 드론 무기, 야시 장치 등이 포함된 희망하는 무기 목록을 전달했다.
이에 독일 정부 관계자는 "목록 중 지원할 수 있는 대상이 있어 검토에 착수한 상태"라며 "해당 장비를 실제 동원할 수 있는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AFP에 말했다.
러시아를 찾아서는 우크라이나 침공 시 미국, 유럽연합(EU), 영국과 연합해 경제 제재에 나설 것이라고 압박하면서도 동시에 러시아의 불만이 무엇인지 더 자세히 알아볼 것으로 보인다고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가디언은 전했다.
다만 가디언은 숄츠 총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며 러시아도 서방의 제재 위협에 대해 크게 걱정하는 분위기가 아니라고 전했다.
이번 사태를 맞아 유럽에서 가장 분주하게 움직이는 정상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그간 바이든 대통령, 숄츠 총리 등 서방 지도자와 긴밀하게 접촉한 데 이어 지난 7∼8일에는 젤렌스키 대통령, 푸틴 대통령과 만나 회담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위기의 '해결사'를 자처하며 외교전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이를 놓고 전문가들은 4월 프랑스 대선을 앞두고 마크롱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이번 사태를 자신의 지도력을 발휘할 기회로 삼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아직 공식적으로 재선 도전을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과 회담에서는 성과를 내기보단 오히려 비판받기도 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과 회담에 앞서 기자들에게 "우크라이나를 '핀란드화'하는 것이 긴장 해소 방안 중 하나로 검토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핀란드화란 서방과 소련 간 냉전이 한창이던 1960년대에 소련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핀란드가 중립을 선언하는 대신 소련이 자국 내정과 외교 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허용한 것을 말한다.
냉전이 막을 내리면서 핀란드화는 사라졌지만, 핀란드에는 당시가 모욕적인 시간이었던 만큼 사실상 금기시되는 말이다.
특히 핀란드화는 러시아의 바람처럼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차단하고 우크라이나의 국내외 정책에 대한 러시아 영향력 행사를 서방이 용인하는 전략으로 비치는 만큼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 때문에 마크롱 대통령도 핀란드화를 꺼낸 지 하루 만에 이를 철회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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