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별' 백색왜성 생명체 서식 가능영역서 행성 발견
별 주변 행성 잔해 고리에 작용하는 중력으로 존재 확인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구에서 약 117광년 떨어진 백색왜성 인근의 생명체 서식 가능 영역, 이른바 '골디락스 존'(Goldilocks zone)에 행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색왜성은 태양과 비슷한 질량을 가진 항성이 진화 마지막 단계에서 핵융합 연료를 모두 소진한 뒤 적색거성으로 팽창했다가 표면 물질을 방출하고 서서히 식으며 암체가 되어가는 청백색의 별로, 가까이에 행성을 유지하는 사례가 극히 드물다.
수백, 수천 배 팽창하는 과정에서 인근에 있던 행성을 모두 파괴하기 때문인데, 이런 팽창 단계를 거친 백색왜성 가까이서 행성이 발견된 것이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에 따르면 이 대학 물리·천문학 교수 제이 파리히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117광년 떨어진 컵 자리(Crater)의 백색왜성 WD1054-226의 빛을 관측해 얻은 연구 결과를 '왕립 천문학회 월보'(MNRAS)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칠레 '라 시야 천문대'에 설치된 유럽남방천문대(ESO)의 3.5m 구경 망원경에 창작된 고속카메라 '울트라캠'으로 WD1054-226을 18일 밤에 걸쳐 기록하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 외계행성 탐사 우주망원경 '테스'(TESS) 관측 자료를 활용해 WD1054-226의 별빛이 23분마다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를 65개에 달하는 달 크기의 행성 잔해 무리가 서로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고리를 형성해 25시간 주기로 백색왜성을 돌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분석했다.
특히, 단단한 구체(球體)가 아니라 혜성처럼 먼지 등이 포함된 부정형의 행성 잔해가 마찰과 충돌로 흩어지지 않고,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무리를 이뤄 공전하는 것은 주변에서 행성의 중력이 작용해야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WD1054-226 가까이에 있는 행성의 존재를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했다.
또 행성 잔해 고리가 관측된 곳이 적색거성으로 팽창했을 때 안쪽에 포함된 공간이라 이전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라 적색거성 이후 나타난 것으로 추정했다.
백색왜성은 청년기의 태양과 비교해 빛과 온도가 낮아, 물이 액체 상태로 유지돼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골리락스 존이 별에 더 가까이 붙어있고 폭도 좁다. 이런 골디락스 존은 미래 10억 년을 포함해 적어도 20억 년 이상 유지될 것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파리히 교수는 "백색왜성의 생명체 서식 가능 영역에서 행성이 포착된 것은 처음"이라면서 "태양도 수십억 년 뒤에는 백색왜성이 될 운명이기 때문에 이번 연구는 태양계 미래를 엿볼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태양은 약 40억∼50억 년 뒤 적색거성으로 팽창하며 수성과 금성은 물론 지구까지도 집어삼킨 뒤 백색왜성이 될 것으로 예측돼 있다.
파리히는 "백색왜성의 골디락스 존에 있는 외계행성은 흥미롭지만 이를 찾던 것이 아니라서 예기치 못했다"면서 "행성의 존재를 확인하려면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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