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에너지기술로 아르헨 공략…주민·미국 반대 걸림돌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이 첨단 청정에너지 기술을 앞세워 아르헨티나 공략에 나섰지만, 현지 주민과 미국의 압력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4일 보도했다.
중국 국영 원전기업 중국광핵집단(CGN)은 자체 개발한 원자로 기술 '화룽(華龍) 1호'를 아르헨티나에 수출하는 계약을 지난달 31일 체결했다. 아르헨티나는 화룽 1호 설계를 이용해 자국 4번째 원전인 1.2기가와트 규모 '아투차3'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 계약 며칠 후인 이달 6일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베이징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아르헨티나가 일대일로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일대일로'(一帶一路)는 중국과 중앙아시아, 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를 뜻하는 것으로, 중국이 주도하는 거대 경제권 구상이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굉장한 소식"이라며 "230억달러(약 27조원) 이상의 중국 투자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SCMP는 "많은 세계 지도자가 중국의 인권 논란 속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피한 가운데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베이징을 찾아 남미 주요국 중 처음으로 일대일로 MOU에 서명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추이숴진 인민대 교수는 "베이징 올림픽 기간 일대일로 참여를 발표한 것은 중국과의 외교·경제적 관계 강화를 열망하는 아르헨티나의 주목받는 행동"이라며 "이는 그들의 전략적 선택"이라고 말했다.
아르헨티나는 2050년까지 탄소 중립 실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외국의 투자와 첨단 청정에너지 기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이지만, 동시에 원자력과 전기차를 비롯해 태양광, 풍력, 수력 등 재생 에너지 역량에서 선도적 위치에 있어 아르헨티나에는 유명한 투자자이자 파트너가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미 2020년 아르헨티나 북부 후후이에 들어선 300메가와트 규모 태양광 발전소 건립에 중국 수출입은행이 85%를 투자했고, 중국 회사 골드윈드는 아르헨티나 남부 추부트와 미라마 지역에 풍력 발전소를 건립해 가동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중국 에너지 프로젝트는 현지 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대에 부딪혔다.
아투차3호도 원래는 리오 네그로에 건설될 계획이었으나 현지 시민단체들의 반발 속 지역 정부가 이를 최종 불허하면서 부에노스아이레스 북서부로 위치가 변경됐다.
중국이 아르헨티나 산타크루즈 지역에 추진하는 47억 달러(약 5조6천358억원) 규모 수력발전 프로젝트도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논란 속에 중단된 상태다.
칠레 국립정치전략아카데미(ANEPE)의 안토니오 샹 교수는 "환경 이슈는 남미에서 중국의 투자에 큰 문제"라며 "성공 사례 몇 건을 봤겠지만, 현지 주민의 반대로 실패한 프로젝트는 훨씬 더 많다"고 지적했다.
또 멕시코 자치대 엔리케 두셀 교수는 "2017년 이후 중국과 관계를 심화하지 말라는 미국으로부터의 압력과 위협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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