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봉쇄 중심 '제로 코로나' 정책에 세계 공급망 타격 우려
경기 둔화에 인민은행 정책금리 결정 주목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미국과 유럽 등이 코로나19와의 공존을 택했지만, 중국의 변함없는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세계 공급망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인한 직접적 경제 피해는 백신 접종률이 높은 국가에서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지만, 중국이 반복적인 록다운(봉쇄)에 계속 의존하면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이어져 간접적 피해가 커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중간재 공급처다. 따라서 중국 경제의 중요한 부분에 록다운이 걸리면 그 여파로 다른 나라들의 성장률이 낮아지고 물가 상승이 가팔라질 수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중국이 지난해 2분기 수출한 중간재는 3천540억달러(약 424조원)로 2위 미국(2천억달러)보다 훨씬 많다.
중국이 수출하는 중간재의 가장 큰 시장은 미국이지만, 한국, 일본, 독일, 인도로 가는 중국산 중간재도 많다. 한국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중국산 중간재 수입 의존도는 2019년 기준 27.3%로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프레데릭 캐리어 RBC자산운용 투자전략 대표는 "봉쇄 위험은 다른 지역에서는 낮아졌지만, 중국에서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면서 "코로나19 통제의 증가는 추가적인 공급망 혼란과 세계 경제 정상화 지연, 세계 인플레이션 가속화를 낳고 중국 경제 성장도 제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들은 공급망 문제가 지난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0.5∼1%포인트 낮추고 인플레이션을 높였을 것으로 추산했다.
공급망 문제가 없었다면 작년 세계 경제는 6.9% 성장했을 수 있었지만, 실제로는 5.9% 성장했다는 것이다.
세계 공급망 혼란은 정점을 찍고 완화하기 시작했다는 조짐이 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개발한 새 공급망 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공급망 혼란은 최고에 달했다가 이후 하락 추세다.
그러나 중국의 새 봉쇄 조치들이 장기간 계속되면 공급망 사정이 다시 악화하고 올해 성장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다.
기타 고피나스 IMF 수석부총재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전략은 세계 공급망 혼란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WSJ은 중국이 코로나19 확산 지역을 강력히 봉쇄하는 '제로 코로나' 전략을 고수하는 것은 중국인들이 접종한 코로나19 백신의 오미크론 예방 효과가 매우 낮기 때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전략을 포기하면 사망자가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 인구의 86%가 백신 접종을 마쳤지만, 이들 대부분이 접종한 백신은 시노팜과 시노백의 불활성화 백신으로 모더나나 화이자의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보다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효과가 낮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라고 WSJ은 전했다.
신문은 현재 오미크론 변이 확산의 타격을 줄일 수 있는 요인은 2가지라고 지적했다.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와의 공존으로 상품에서 서비스로 소비가 이동하면 공급망의 수요 압력이 일부 낮아질 수 있다.
또 부동산 시장 냉각과 소비 부진에 고심하는 중국 당국이 성장 둔화에 대응해 수출을 지원하기 위해 제로 코로나 정책을 조정할 가능성도 있다.
바클레이 은행은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가 제로 코로나 정책 완화를 포함해 공급망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정책금리를 2개월 연속 인하할 가능성을 놓고 전망이 엇갈린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전문가 27명 가운데 16명은 인민은행이 오는 15일 1년 만기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대출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6명은 0.1% 포인트 인하, 5명은 0.05% 포인트 인하를 전망했다.
인민은행은 지난달 1년 만기 MLF 대출 금리를 0.1% 포인트 내렸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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