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술·초콜릿까지…NYT "트럼프, 지지층 활용해 개인돈벌이"

입력 2022-02-14 08:50
모자·술·초콜릿까지…NYT "트럼프, 지지층 활용해 개인돈벌이"

모금행사 수익금도 개인 주머니로…"정치·이해관계 경계선 허물어"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지층을 활용해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짭짤한' 퇴임 후 소득을 올리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에서 전직 대통령이 강연과 저술 등으로 여유 있는 노후를 보내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우 재선 도전 가능성을 열어둔 상황에서 자신의 정치적 기반과 개인 사업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어 이해충돌 우려도 제기된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정치유세 티켓과 사진집은 물론 자신의 이름이나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구호를 브랜드화한 모자, 티셔츠, 초콜릿 등을 팔아 상당한 이익을 챙겼다.

지난해 12월 초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에서 열린 트럼프 전 대통령의 크리스마스 모금행사에는 1만∼3만달러(약 1천200만∼3천600만원)를 낸 지지자들이 트럼프와 사진을 찍고 파티를 즐겼으나, 수익금은 정치활동위원회(PAC)가 아닌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인 호주머니로 들어갔다고 이 사안을 잘 아는 관계자들이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폭스뉴스 전 앵커 빌 오라일리와 함께 4차례 진행한 정치유세도 상당한 티켓 판매고를 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행사 티켓 가격은 장당 100달러지만, VIP 티켓의 경우 7천500달러(약 900만원)가 넘는다.

온라인 '트럼프 스토어'에서 팔리는 'MAGA' 브랜드의 매상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가족 기업에 고스란히 들어간다.

회사 측은 지난 2020년 대선 캠프에서 확보한 지지자들의 이메일 주소로 온라인 매장을 홍보하는 메일을 보냈다고 NYT는 전했다.

이 온라인 매장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트럼프 전 대통령의 PAC보다 20달러 비싼 개당 50달러에, 마러라고 리조트의 크리스마스 장식을 개당 95달러에 각각 팔고 있다.

미국의 45대 대통령이었던 트럼프는 자신이 소유한 뉴욕 트럼프타워 로비에 있는 바 이름을 '45 와인 앤드 위스키 바'로 바꾸고 미니버거 2개가 포함된 칵테일 한 잔 가격을 45달러로 올렸다.



권당 75달러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진집은 25만 부가 팔린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올해 초 애리조나주와 텍사스주 유세에서 PAC의 돈으로 설치한 전광판을 통해 개인 사진집을 홍보했다.

아울러 트럼프 전 대통령의 PAC와 그가 후원하는 공화당 정치인들이 트럼프 소유 호텔과 리조트 등에서 거액을 지출하는 사례도 많았다.

멜라니아 트럼프 전 영부인도 오는 4월 티 파티 행사 티켓 판매에 나선 상태다.

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을 떠난 후 이윤을 좇아 정치적 명성과 지지층에 기반한 광범위한 현금화 사업에 나섰다"며 "정치적 야심과 사업적 이해관계 사이의 경계선을 완전히 뭉개버렸다"고 평가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여전히 공화당에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차기 대선 출마를 시사하는 상황에서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해 로런스 노블 전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 법률고문은 "이 나라에서 개인적 이익을 위해 영향력과 권력을 파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일침을 놨다.

firstcir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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