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외교장관 "北미사일발사 규탄…불법활동 중단·대화 촉구"(종합2보)
공동성명 발표…"대북 적대의도 없고 조건없는 만남 열려 있어"
美 "北 책임물을 것"…韓 "핵실험 모라토리엄 파기 가능성 언급 우려"
곳곳서 중국 염두둔 한미일 협력 담겨…한일 회담선 역사문제 평행선
(워싱턴·호놀룰루=연합뉴스) 이상헌 김경희 특파원 = 한미일 3국의 외교장관이 12일(현지시간) 양자, 3자 회담을 연이어 열고 북한의 잇단 탄도미사일 무력 시위를 규탄하며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또 북한 문제를 넘어서서 인도태평양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공급망, 전염병 대유행 등 각종 현안에서도 3국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반면 한국과 일본은 역사 문제에서는 여전히 이견을 드러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은 이날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3국 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했다.
정 장관은 이에 앞서 한일,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각각 진행했다.
외교장관들은 3자 회담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최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고, 이러한 행동들이 불안정을 야기하고 있는 점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제사회가 북한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를 완전히 이행할 것"과 "북한이 불법적인 활동을 중단하고 대화에 나올 것"을 촉구했다.
특히 이들은 "한미일이 북한에 대해 적대적인 의도를 보유하고 있지 않음은 물론 전제 조건 없이 북한과 만나는 데 대해 지속해서 열린 입장"임을 강조했다.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에 이어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모라토리엄(유예) 해제 시사 등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면서도 대북 적대적 의도가 없음을 재차 강조하며 북한이 속히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한 것이다.
올해 들어 계속된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 이후 한미일 외교장관들이 대면 회의를 한 것은 처음이다.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우려를 표명하고 조속한 대화 재개를 위해 긴밀히 공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한일 양자 회담 역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조기 재가동을 위한 대북 대화의 필요성과 한일·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블링컨 장관은 3자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지난달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에 관여한 북한인들을 미국의 독자 제재 대상에 올린 것을 상기하고 "우리는 북한에 책임을 물을 방법을 찾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대북 압박메시지를 냈다.
또 "북한이 도발 국면에 있다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분명하다", "분명 북한이 추가로 도발적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배제하지 않는다"며 우려 목소리를 내면서도 여전히 대화와 외교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을 대화로 유도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대북제재 완화에 나설 의향은 여전히 내비치지 않았으며 오히려 유엔 회원국들에 제재 이행을 촉구하며 북한을 압박하기도 했다.
정 장관은 회견에서 "북한이 스스로 결정하고 국제사회에 약속한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모라토리엄(유예)의 파기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해 크게 우려한다"고 한 뒤 "북한이 이런 위협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대화와 외교에 조속히 응할 것을 주문했다.
독도 문제로 한일 관계에 어려움이 있지 않으냐는 취지의 질문에는 "독도 문제에 관한 우리 정부 입장은 너무나 분명해 되풀이하지 않겠다"면서 "우리의 대북 대응에 어떤 영향도 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3국 장관은 과거사를 둘러싼 한일 갈등에도 불구하고 한미일 3국의 공조가 필요하다는 데도 인식을 같이 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한미 및 미일 동맹이 역내 평화와 안정 유지에 있어 필수적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며 "이런 차원에서 3국 간 안보 협력을 진전시켜 나가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 규범에 기반한 경제 질서 강화 ▲인도·태평양 지역 번영 보장 ▲ 현 상태를 변경하고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방적인 행위 반대 ▲ 유엔해양법협약에 반영된 국제법 준수 ▲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에도 뜻을 같이 했다.
비록 대상이 중국이라고 명시되진 않았지만 모두 중국의 행태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돼 대중 견제 전선에서 한미일의 협력 필요성을 담은 대목들로 볼 수 있다.
블링컨 장관은 회견에서 3국의 경제 안보 강화를 언급하면서 공급망, 반도체, 희토류, 항행과 항공의 자유를 예시했는데, 이 역시 중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평가된다.
3국 장관은 다른 국제사회 현안에서도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확인했다.
성명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의 추가적 긴장 고조를 억지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고, 미얀마 사태에 대해서는 모든 폭력의 즉각적인 중단, 자의적으로 구금된 인사들의 석방 등 목소리를 함께 냈다.
이와 함께 기후위기, 핵심 공급망, 전염병 대유행 종식 등에 대응하기 위한 공동 접근법도 논의 대상에 올랐다.
장관들은 성명에서 "3국이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포용적인 인도태평양에 대한 공동의 관점을 공유함을 강조하고,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에 대한 존중을 공유했다"면서 "협력 관계를 더욱 확대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또 "정례적인 3국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약속했다"고 했다.
한일 장관은 미국의 새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환영 입장도 밝혔다.
다만 작년 11월 하야시 외무상 취임 후 처음으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는 징용 피해자, 위안부, 사도광산 문제 등 역사 문제를 놓고 이견을 드러내며 평행선을 달리는 등 여전히 접점을 찾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honeybee@yna.co.kr,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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