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950만건…인구감소 막으려고 낙태시술 제한? 중국서 논쟁
계획출산협회 사업계획에 '인공유산 감소' 포함되자 반발 목소리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14억 인구 대국이면서도 근래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를 걱정하고 있는 중국에서 낙태 시술을 받을 자유를 둘러싼 논쟁이 부상하고 있다.
정부와 연결된 한 사회단체가 청소년들의 원치 않는 임신과 그에 따른 인위적 낙태를 줄일 목적이라며 일종의 캠페인 계획을 밝히자 낙태 시술을 어렵게 만들려는 정부의 의도가 깔린 것이라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미국 등 서방의 '생명 우선' 대 '여성의 선택 우선' 간 논쟁과는 맥락이 다르지만 중국에서도 낙태 시술의 자유를 정부가 제약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는 양상이다.
논쟁은 중국 국무원의 관리를 받는 사회단체인 중국계획출산협회가 지난달 27일 홈페이지에 올해 사업 계획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협회는 12가지 세부 계획 중 9번째로 거론한 '생식 건강 서비스의 확고한 추진' 부분에서 "미혼자 집단의 인공유산에 관여하는 특별 행동을 전개해 청소년의 예상 못 한 임신 및 인공 유산을 줄이고, 생식 건강 수준을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중국 SNS를 통해 정부가 젊은 미혼 여성에 대한 낙태 시술을 제약하기 위해 밑자락을 깐 것 아니냐는 의혹을 담은 의견들이 쏟아져나왔다.
"청소년들의 예상 못 한 임신을 줄인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 뒤에 '인공 유산을 줄인다'는 말은 무슨 뜻이냐. 앞으로 낙태 시술도 제한된다는 뜻이냐?", "나라가 출산율을 높이려고 별일을 다 한다", "여성은 앞으로 낙태의 자유도 없다니, 봉건사회로 돌아갔나" 등의 글이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올라왔다.
중국 정부가 이혼 신청을 한 부부들에게 30일간의 숙려 기간을 거치도록 한 이혼숙려제를 도입(작년 1월 시행)했을 때의 반응과 비슷한 맥락이다.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 정부가 개인의 자유를 제약하려 한다는 문제 제기가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후시진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 전 편집장은 10일 웨이보 계정에 올린 글에서 계획출산협회의 게시물에 대해 "과도한 낙태 시술을 초래하는 의도치 않은 임신을 막으려는 취지로 이해했다"며 "낙태 시술을 저지함으로써 인구 증가를 꾀하려는 정책 선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가 억지로 낙태 시술을 제한하는 정책을 발표해 의학적 필요에 의한 것 말고는 낙태를 못 하게 하면 파장은 엄청날 것"이라며 "그런 정책은 여성의 선택을 존중하는 전 세계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며 사회주의 중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국가가 산아 제한에서 출산 장려로 정책을 급히 변경하면서 과거 정책에 대한 일부의 원망이 현 정책에 대한 태도로 전이됐다"며 "이런 상황은 한동안 지속되다가 점차 희석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중국 전역에 적용되는 법률에는 정부와 민간의 정규 의료기관에서 낙태 시술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다.
중국 매체 펑파이(澎湃)는 작년 중국 산부인과 관련 잡지에 나온 통계를 인용하며 매년 중국 내 낙태 시술 건수가 950만 건 안팎이며, 약 4만명의 여성을 표본 조사한 결과 낙태 시술을 받은 여성 가운데 25세 미만의 비율이 47.5%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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