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풍전등화…러 군사훈련 강행에 서방 병력증강 맞불

입력 2022-02-11 11:35
수정 2022-02-11 13:37
우크라 풍전등화…러 군사훈련 강행에 서방 병력증강 맞불

러-벨라루스 합동훈련 예고대로 개시…우크라 "국제법 위반" 반발

외교해법 공회전…'2월 침공설' 속 긴장 최고조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와 서방간 긴장감이 2월 중순으로 접어들면서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러시아의 2월 침공설을 제기하면서 이달 중순을 가장 가능성 높은 시기 중 하나로 관측했다. 영국도 지난 10일(현지시간) 향후 며칠이 서방과 러시아의 대치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달 러시아의 법률적 안전보장 요구에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사실상 수용 불가 입장을 전달하면서 간극은 좁아지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외교관의 날'인 이날 자국 외교부에 "철저하고 법률적으로 명시된 안전보장을 얻어내야 한다"고 거듭 주문했다.

그러면서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움직임과 나토의 동유럽 확장에 '무력 침공'이라는 수단을 동원할 움직임을 숨기지 않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의사가 없다고 밝히면서도 우크라이나를 싸고 있는 국경 지대에 이미 10만명이 넘는 군대를 배치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닿고 있는 벨라루스와 이날부터 대규모 연합훈련에 들어갔다.

우크라이나와 접경한 벨라루스 남서부 등에서 실시되는 훈련에는 러시아군 약 3만 명과 벨라루스군 대부분 부대가 참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까지 러시아 극동에 주둔하는 소속 부대들을 1만㎞나 떨어진 벨라루스로 이동 배치한 데 이어 연합 훈련을 시작한 것이다.

대규모 병력과 함께 첨단 방공미사일 시스템과 4세대 다목적 전투기 등 최첨단 무기도 투입됐다.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전략폭격기까지 동원하며 서방을 긴장시키고 있다.

지난달부터 시작한 해군 함대 훈련도 본격화해 북해함대와 발트함대에 속한 상륙함 6척이 지중해에서 흑해로 진입해 대규모 훈련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이런 러시아의 군사훈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훈련이 자국의 "중요한 무역로를 막고 있다"며 "지정학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국제법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러시아의 훈련은) 유럽의 안보에 매우 위험한 순간"이라고 우려했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냉전 이후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의 병력증강을 목격하고 있으며, 대응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서방은 러시아에 외교적 해결을 촉구하고 있지만,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7일 모스크바로 날아가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하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도 만났지만 별다른 소득을 올리지 못했다.

오히려 그가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우크라이나의 핀란드화, 돈바스 지역 분쟁 해결을 담은 민스크 협정 준수 등은 비판을 받았다.

영국은 이날 리즈 트러스 외무부 장관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과 우크라이나 위기 해결 방안을 논의했으나 서로의 기존 입장만 확인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2시간 회담 후에 "우리는 귀가 들리지 않는 벙어리와 대화하는 듯했다. 우리는 서로의 말을 듣는 것 같았지만, 서로에게 전혀 귀기울이지 않았다"고 회담을 혹평했다.

앞서 지난 1일에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전화 통화를 했지만,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러시아 침공이라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병력 증강과 동맹국간 공조 강화로 맞대응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훈련 기간인 이날부터 열흘 동안 '맞불 훈련'을 시작했다.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이날 자국 TV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사실을 밝히며 미국과 영국이 제공한 대전차 미사일과 터키로부터 공급받은 공격용 무인기도 투입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유럽에 서방의 병력도 증강되고 있다.

루마니아 관영 아제르프레스 통신에 따르면 지난 9일 독일에 주둔하던 미군 병력이 추가로 루마니아로 이동 배치됐다.

이미 약 900명의 미군이 배치된 루마니아 코갈니세우 기지에는 며칠 내로 약 1천 명이 추가 배치될 예정이다.

영국은 지난 7일 폴란드에 해병 350명을 파병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에 전투기를, 흑해에 전함을 보내는 계획도 검토하고 있다.

덴마크와 스페인, 프랑스, 네덜란드도 이미 리투아니아, 루마니아 등에 선박과 전투기를 보내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다.



또 정상간 회담을 통해 공조를 강화하며 러시아에 경고장을 날리고 있다.

독일 숄츠 총리는 이날 나토 동맹국인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등 발트국 정상과 만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더 군사적으로 침공한다면 매우 심각한 정치, 경제, 전략적 대가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로부터 가스를 공급받고 있는 독일은 그동안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조처에 미온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숄츠 총리는 이날 러시아에서 독일로 연결되는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2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모든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8일에는 숄츠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베를린에서 3자 회담을 열고, 전쟁을 막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또 지난 7일에는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숄츠 총리가 첫 정상회담을 하고 "외교적 해법이 최선"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지난주 리투아니아, 네덜란드 총리와 회담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폴란드와 벨기에를 방문해 외교적 노력에 나서고 있고, 마크롱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등과 긴밀하게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서방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시 푸틴 대통령을 겨냥한 직접적인 제재를 비롯해 '대규모 경제적 제재'를 예고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영국 의회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직접 관련된 기업뿐 아니라 러시아 정부와 연결된 기관과 러시아 정부에 경제적·전략적으로 중요한 기업, 소유자, 임원, 이사들도 제재할 수 있는 러시아 제재 법안을 통과시켰다.

taejong7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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