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이젠 기아가 왕"…선대부터 이어진 현대차그룹 품질경영 통했다
제이디파워 내구품질조사서 기아 1위…현대차그룹도 전체 1위 차지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현대차그룹이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의 품질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2000년대 초반 '바퀴 달린 냉장고와 세탁기'를 생산한다는 조롱까지 받았던 현대차그룹이 품질 분야의 최고 업체로 인정받은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는 것이 업계의 전반적 평가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시장조사업체 제이디파워(J.D.Power)가 10일(현지시간) 발표한 '2022년 내구품질조사'(VDS·Vehicle Dependability Study)에서 기아[000270]가 1위, 현대차[005380]가 3위, 제네시스가 4위를 각각 차지했다고 11일 밝혔다.
특히 기아는 지난해 일반차 브랜드에서 1위에 오른 데 이어 올해는 고급차까지 포함한 전체 브랜드에서 1위를 차지했다. 제이디파워 VDS 조사에서 일반차 브랜드가 고급 브랜드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VDS는 차량 구입 후 3년이 지난 고객을 대상으로 184개 항목에 대한 내구품질 만족도를 조사한 뒤 100대당 불만 건수를 집계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점수가 낮을수록 만족도가 높음을 의미하는데 신차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초기품질조사(IQS)보다 객관적인 품질 평가가 가능하다.
보유 브랜드의 선전에 힘입어 현대차그룹도 글로벌 15개 자동차그룹 가운데 가장 낮은 평균 점수 147점을 기록, 도요타(158점)와 GM(172점)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이번 조사는 후발주자였던 현대차그룹이 자동차 최대 격전지인 미국에서 상대적으로 밀린다는 평가를 받았던 품질 분야에서 최고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015년 전체 31개사에서 21위에 머물렀던 기아는 3년만인 2018년 5위까지 뛰어오르더니 지난해 3위(일반브랜드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올해는 1위까지 거머쥐었다.
현대차도 2015년 25위, 2016년 19위, 2017년 6위, 2018·2019년 6위, 2019년 8위, 2020년 13위, 2021년 7위에 이어 올해 3위까지 올랐다.
제네시스는 2020년 VDS 첫 평가에서 종합 1위를 차지한 후 꾸준히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한때 현대차와 기아를 '바퀴 달린 냉장고와 세탁기', '저렴이' 등으로 표현했던 외신들도 이러한 선전에 놀랍다는 평가를 쏟아냈다.
미국 보수 매체인 폭스 뉴스는 "기아가 새로운 왕이다(Kia is the new king)"라는 찬사를 내놨고, 미 경제 전문지 포브스도 "한국 브랜드가 내구성 신뢰도 평가를 지배했지만 유럽 브랜드들은 가장 많은 소비자 불만을 야기했다"고 전했다.
자동차 전문매체인 워즈오토도 "한국 브랜드가 상위 5개 브랜드 가운데 3개를 휩쓸며 순위를 지배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결과는 정몽구 명예회장부터 시작된 '품질경영'이 정의선 현 회장까지 이어져 빛을 보게 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현대차·기아는 2000년부터 24시간 가동되는 '글로벌 품질 상황실'을 구축해 전세계 어디서든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유관 부서에 통보해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2002년에는 남양기술연구소 내 파이롯트센터를 설립, 신차의 양산에 앞서 양산공장과 동일한 조건에서 시험 차를 생산했고, 모든 출시 차량에 대해서는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서 품질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2014년에는 국내외 산재해 있는 품질 평가 시험 시설을 한곳에 모은 '글로벌 품질 센터'를 개소하기도 했다.
특히 정 명예회장 당시 미국에서 실시한 '10년 10만 마일' 보증 카드는 해외 품질조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토대가 됐다.
2020년 아버지에 이어 회장 자리에 오른 정의선 회장도 품질 면에선 전에 없는 과감한 결단을 내리고 있다.
정 회장은 품질 이슈를 해결하고자 2020년 3조원이 넘는 세타2 엔진 충당금을 과감하게 현대차·기아 실적에 반영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전 그룹에 걸쳐 가장 기본이 되는 디테일한 품질 관리 및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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