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마스크벗기에 이르다' 우려 목소리도…엇갈린 지침에 혼란
NYT "'마스크 전쟁'의 무대, 도시·교육구로 옮겨갈 수도"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미국 주(州) 정부들이 오미크론 변이 확산의 둔화에 고무돼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해제하기로 하면서 일각에선 '너무 이르다'는 불안감이 제기되고 있다.
마스크 착용을 결정할 책임과 권한이 개별 도시나 교육구에 넘어가면서 이런 곳들이 마스크 착용을 둘러싼 전쟁의 무대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많은 주에서 마스크 의무화 해제 방침이 발표되면서 모두가 행복해하고 있지는 않다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저지주가 지난 7일 학교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다음 달 둘째 주부터 풀겠다고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이날까지 모두 11개 주가 앞다퉈 마스크 의무화 완화에 대한 시간표를 내놨다.
뉴욕·캘리포니아·일리노이·로드아일랜드주는 실내 마스크 의무화를 폐지하겠다고 했고, 뉴저지·매사추세츠·오리건·코네티컷·델라웨어주는 학교 마스크 의무화를 거둬들이겠다는 일정표를 발표했다.
또 워싱턴주는 이달 18일부터 실외 마스크 의무화를 해제하기로 했고, 네바다주도 이날 즉각 마스크 의무화를 폐지한다고 발표하면서 대열에 합류했다.
매사추세츠주를 빼면 전부 주지사가 민주당 소속인 주들이다. 민주당 주지사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엄격한 방역 대책을 시행해왔는데 이들마저 방역 규제 완화 행렬에 올라탄 것이다.
NYT는 이번 움직임을 두고 "진보 성향 주의 지도자들이, 많은 보수 성향 주들이 1년 전 채택한, '각자 위험을 감수하고 행동하라' 주의로 선회하며 새로운 접근법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문은 어떤 이들은 이번 결정에 안도하는 반면 일부는 너무 이른 것 아니냐고 반문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전히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가 20만명을 넘고 주간 사망자가 1만7천명 이상을 기록하는 상황에서 시기상조 아니냐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카운티의 바버라 퍼러 공중보건국장은 "매일 수천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오는데 마스크 의무화를 풀어선 안 된다. 그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LA카운티를 포함한 일부 카운티나 도시, 교육구는 주 정부의 의무화 폐지에도 불구하고 계속 의무화를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반면 마스크 착용에 짜증을 느껴온 이들은 이번 조치가 희망적인 신호, 아니면 적어도 마스크로 코로나19를 퇴치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인정으로 느껴진다고 말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NYT는 또 이번 조치로 마스크 의무화를 둘러싼 전쟁의 무대가 진보적인 성향의 지역사회로 옮겨갈지 모른다고 짚었다. 학교 마스크 의무화 여부를 결정할 권한이 개별 교육구로 옮겨가기 때문이다.
마스크 착용을 놓고 학부모 간 이견이 있어도 그동안에는 주(州)의 의무화 조치가 방패 노릇을 했지만, 앞으로는 교육구, 또는 학교가 이런 이견을 조율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여전히 학교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 있고, 여론조사를 봐도 착용 지지 여론이 높은 것으로 나온다.
반면 일부 공중보건 전문가나 아동발달 전문가는 마스크 착용이 학업적으로, 사회적으로 아이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CDC와 주 정부, 교육구가 제각각 다른 방침을 내놓으면서 시민들 입장에선 복잡하게 얽힌 방역 규제의 실타래를 각자 알아서 풀어야 하게 될 수도 있다.
부유한 보스턴 교외 동네인 매사추세츠주 뉴턴 교육구의 데이비드 플라이시먼 교육감은 최근 마스크 의무화를 끝내라고 요구하는 한 학부모의 메시지를 받았는데 이 메시지는 "나는 트럼프 지지자가 아니다"라는 내용으로 시작했다고 전했다.
플라이시먼 교육감은 뉴턴은 대체로 진보적이고 민주당 성향인 곳이지만 마스크 문제를 놓고선 이런 긴장이 있다고 말했다.
sisyph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