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영 외무회담 성과없이 끝나…서로 기존 입장만 재확인

입력 2022-02-10 21:38
러·영 외무회담 성과없이 끝나…서로 기존 입장만 재확인

영 외무 "우크라 접경 러 군대 철수해야…말 아닌 행동 필요"

러 외무 "자국내 군대이동 문제안돼…서방 우려·감정 이해못해"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우크라이나 위기 해법 모색을 위한 러시아와 영국 외무장관의 모스크바 회담도 성과 없이 끝났다.

러시아를 방문한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부 장관은 10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과 우크라이나 위기 해결 방안을 논의했으나 서로의 기존 입장만 확인한 채 회담을 마무리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회담이 "말하지 못하는 자와 듣지 못하는 자의 대화"처럼 됐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트러스 장관은 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라브로프 장관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지만 우리는 그러한 말이 행동에 의해 뒷받침되는 걸 볼 필요가 있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국경에 배치된 (러시아) 군대와 장비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걸 볼 필요가 있다"면서 "왜냐하면 현재 그것은 아주 위협적 자세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실은 스스로 말한다"면서 "우리는 우크라이나와의 국경에서 (러시아) 군대와 무기가 늘어나는 것을 보고 있으며 이를 위협으로 간주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트러스 장관은 "러시아는 국제무대에서 러시아의 입지를 훼손하고 (오히려) 나토 동맹의 결의를 강화하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를 끝낼 시간을 여전히 갖고 있다"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에 배치한 군대를 철수할 것을 촉구했다. 또 "러시아엔 유럽 안보를 위해 외교적 길을 가고 나토와 협력하든지, 아니면 (우크라이나와의) 국경에서 병력을 늘리는 지금과 같은 길을 갈지의 분명한 선택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라브로프 장관은 "(오늘) 대화가 말하지 못하는 자와 듣지 못하는 자의 대화처럼 된 것에 실망했다"면서 "트러스 장관이 우리의 상세한 설명에 대해 잘 모르거나 아니면 그것들을 완전히 무시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를 향해 자국 영토에서 군대를 빼라는 서방의 요구는 유감스럽다면서 러시아의 자국 내 군대 이동에 대한 서방의 우려와 격한 감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이날부터 본격 시작된 러시아·벨라루스 연합훈련과 관련 양국의 밀접한 관계에 관해서도 설명했다고 전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가 지난 1994년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를 통해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적 통합성을 보호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우크라이나에 속한 크림반도를 병합하면서 이 약속을 어겼다는 서방측 주장도 반박했다.

그는 러시아의 조치는 2014년 우크라이나의 극우민족주의자들이 쿠데타로 정권을 잡고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어 사용 주민들을 탄압하는 데 대한 정당한 대응이었다고 항변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밖에 러시아가 유럽연합(EU) 회원국들에 유럽 내 '안보불가분성' 원칙에 대한 입장을 개별적으로 답변해달라고 요청한 데 대해 EU가 단체로 답변을 보낸 것과 관련 "이런 식으로 하면 대화가 이루어질 수 없다"고 강한 불만을 표명했다.

안보 불가분성의 원칙은 한 국가가 자국의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 다른 국가들의 안보를 훼손해선 안 된다는 것으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자국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끌어들여 러시아를 위협하면서 이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러·영 외무장관 회담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로 러시아와 서방 간 대립과 긴장이 최고 수위로 고조되면서 관련국들이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가운데 이루어졌다.

러시아는 서방의 우크라이나 침공준비설을 일축하며, 오히려 미국과 나토가 친서방 노선을 걷는 우크라이나를 군사지원하며 러시아를 위협하는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는 그러면서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옛 소련권 국가들의 추가 나토 가입 배제와 러시아 인근으로의 나토 공격무기 배치 금지 등을 명시한 협정 체결을 미국과 나토 측에 요구하고 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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