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벨라루스, 본격 연합훈련…3만명 이상 병력·첨단무기 동원

입력 2022-02-10 18:18
수정 2022-02-10 18:34
러-벨라루스, 본격 연합훈련…3만명 이상 병력·첨단무기 동원

러, 극동지역 부대 1만km 이동 투입…첨단방공미사일 S-400 등도

젤렌스키 대통령 "이웃들의 심리적 압박"…우크라도 맞불 훈련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10일(현지시간)부터 대규모 연합훈련을 본격 시작했다.우크라이나에 이웃한 벨라루스에서 실시되는 이번 훈련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로 관련국 간에 군사적 긴장이 최고로 고조된 가운데 벌어져 군사 충돌 위기를 더욱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10일(현지시간) 벨라루스 내 여러 훈련장에서 '연합의 결의 2022' 훈련 2단계 훈련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전날까지 자국 극동에 주둔하는 동부군관구 소속 부대들을 약 1만km 떨어진 벨라루스로 이동 배치하는 1단계 훈련을 했다.

1단계 훈련 기간에 러시아는 공중우주군 소속 장거리 폭격기 투폴례프(Tu)-22M3와 최첨단 전투기 수호이(Su)-35S 등을 동원해 벨라루스 영공에서 초계 비행을 벌이기도 했다. Tu-22M3는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전략폭격기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번 훈련이 방어 작전을 통해 외부 공격 차단과 격퇴 임무 연습, 테러리즘 대응, 연합국가 이익 보호 등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론 국경 보호, 가상 적군 침투 저지, 무기 및 탄약 공급로 차단, 가상 적군 부대 발견 및 제거 등의 훈련이 실시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옛 소련에 함께 속했던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지난 1990년대 말부터 '연합국가'(Union State) 창설을 추진하며 동맹 이상의 밀접한 관계를 맺어오고 있다.

벨라루스의 이 같은 행보는 친서방 노선을 걸으며 러시아와 갈등을 빚고 있는 옛 소련국가 우크라이나와 대조를 이룬다.



우크라이나와 접경한 벨라루스 남서부 브레스트와 도마노보, 폴란드·리투아니아 국경에 가까운 고슈스키 훈련장 등에서 실시되는 훈련에는 러시아군 약 3만 명과 벨라루스군 대부분 부대가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벨라루스 서부에 있는 '바로노비치'와 '리다', 수도 민스크 인근의 '마출리쉬' 군용비행장도 훈련에 이용된다.

러시아는 동부군관구 소속의 대규모 병력과 함께 첨단 방공미사일 시스템 S-400, 판치리-S 대공방어시스템, 4세대 다목적 전투기 수호이(Su)-35, 공격기 Su-25SM 등을 대거 훈련에 투입했다.

서방에서는 지난해부터 우크라이나 동부 국경 인근에 10만명 이상의 병력을 배치한 러시아가 실제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벨라루스 파견 부대를 이용해 우크라이나 북쪽을 공격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계획 자체를 부인하며, 벨라루스와의 연합훈련에 투입된 모든 부대는 훈련이 끝나는대로 원래 주둔지로 모두 철수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자국 국경 인근에서 벌어지는 러-벨라루스 연합훈련에 우크라이나는 긴장과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0일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이루어지는 병력 집결은 우리 이웃들에게서 오는 심리적 압박"이라고 비판하면서 "우리는 조국을 영예롭게 방어할 충분한 군대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는 러-벨라루스 훈련 기간인 10일부터 열흘 동안 '맞불 훈련'을 실시한다.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지난 7일 자국 TV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들(러시아와 벨라루스)의 훈련이 10~20일 실시될 예정"이라면서 "우리도 같은 기간에 맞대응 훈련을 한다"고 전했다.

그는 훈련이 리우네·코벨(서부), 체르니히우(북부), 추구이프(동부), 오데사(남부) 등 9개 지역의 훈련장에서 실시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 훈련에선 터키로부터 공급받은 공격용 무인기 바이락타르(Bayraktar), 미국이 제공한 대전차 미사일 재블린(Javelin), 영국이 지원한 영국·스웨덴 합작 단거리 대전차 미사일 엔로(NLAW) 등이 투입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방에 적대적인 러시아와 벨라루스, 친서방 노선을 걸으며 서방의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가 서로 국경을 맞대고 동시에 대규모 군사훈련에 들어가면서 우크라이나 주변 긴장의 수위는 더욱 높아졌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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