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오미크론 확산 꺾였는데…방역완화 놓고 연방-주정부 엇박자

입력 2022-02-10 08:43
수정 2022-02-10 08:52
美, 오미크론 확산 꺾였는데…방역완화 놓고 연방-주정부 엇박자

주정부 줄줄이 마스크 의무화 푸는데 백악관·CDC "아직 이르다"

NYT "확산 둔화하면 바이든, 비상사태 종식 선포할지 결정해야"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미국에서 오미크론 변이에 따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이 크게 둔화하면서 방역 규제의 완화를 놓고 연방정부와 주(州) 정부가 엇박자를 내고 있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주(州) 정부들이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 해제 시간표를 잇달아 발표하는 가운데 조 바이든 행정부가 마스크를 포함한 코로나19 방역 조치의 완화에 여전히 조심스러운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백악관은 외부 보건 전문가들과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출구 전략은 물론 '뉴노멀'(새로운 정상)로의 전환 계획을 논의해왔다.

하지만 아직 공개되지 않은 이런 물밑 활동은 눈에 보이는 현실과 충돌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백악관이 아무런 전략이나 밑그림을 내놓지 않는 사이에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이끄는 주 정부들이 잇따라 연방정부를 앞질러 마스크를 벗어 던지고 있다는 것이다.

CNN에 따르면 이날까지 마스크 착용 의무화 폐지를 발표한 곳은 모두 9개 주다. 뉴욕·로드아일랜드·캘리포니아·일리노이주는 실내 마스크 의무화를 해제하겠다고 밝혔고, 델라웨어·매사추세츠·뉴저지·오리건·코네티컷주는 학교 마스크 의무화를 풀겠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매사추세츠주를 뺀 나머지는 모두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있는 곳이다.

이들의 규제 완화 결정이 주목받는 것은 이들 주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마스크 착용을 의무가 아닌 권고로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주의 마스크 의무화 폐지가 사실상 미 전역의 마스크 의무화 폐지인 셈이다.



백악관이나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마스크 의무화 해제가 이르다는 입장이다.

로셸 월렌스키 CDC 국장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CDC가 마스크 착용 지침을 업데이트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도 전국적으로 마스크 의무화를 해제할 때는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그(마스크) 지침에 대해 작업을 하고 있다. 현재의 추세를 따라가도록 작업하고 있다"면서도 "입원 환자와 사망자 수치가 여전히 높다. 현재의 추세가 고무적이긴 하지만 우리는 아직 거기(의무화 해제 시점)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학생이나 교사, 학부모가 마스크 착용에 대해 결정할 때 주 정부의 규정이 아닌 CDC 지침을 따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는 어떤 미국인이든 CDC 지침을 따르라고 조언할 대목"이라고 밝혔다.

또 사키 대변인은 "데이터에 귀를 기울여라"라면서 "그건 정치의 속도를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그건 데이터의 속도에 따라 움직인다"고 덧붙였다.

제프 자이언츠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조정관은 이날 오미크론 확산과 싸우는 게 여전히 '우선순위 1위'라고 말했다.

NYT는 그러나 미 정부의 이런 느린 숙고 과정은 백악관이 현실과 동떨어진 듯이 보이게 만들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리애나 웬 조지워싱턴대학 방문교수는 "정부는 분위기를 파악하고 거의 모든 선출직 지도자들이 독자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걸 볼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웬 교수는 "CDC가 '이제 모두 마스크를 벗고 다녀라'라고 말할 거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들이 찾는 것은 언제 규제를 풀 수 있고, 언제 이를 다시 복원해야 할지에 대한 명쾌한 수치 기준"이라고 말했다.



NYT는 오미크론 변이로 인한 코로나19의 대확산이 현 추세대로 계속 둔화한다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조만간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3월 선언한 국가 비상사태의 종식을 선포할지, 항공기·기차·버스 등 대중교통수단에 대한 마스크 의무화를 해제해야 할지 등을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신문은 미국처럼 다양한 국가에서 모든 지역에 다 맞는 만능처방을 내리는 것은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고 전했다.

뉴욕대의 감염병 전문가 셀린 가운더 박사는 "도전적인 상황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정말로 어느 정도 정상의 느낌으로 돌아가고 싶어하기 때문"이라면서도 코로나19 확산의 정도나 백신 접종률 등이 전국적으로 다양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가운더 박사는 "하지만 CDC는 나라 전체를 대상으로 한 지침을 내놓는다. 그러니 그들이 조심스러운 것은 타당하다"고 말했다.

자이언츠 조정관은 이날 "대통령은 코로나19가 우리의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는 시간, 코로나19가 지속적인 위기가 아닌 시간을 향해 가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며 미국이 앞으로 나가기 위해 취해야 할 조치들에 대해 백악관이 주지사와 외부 보건 전문가, 의사 등을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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