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처럼 수소로…영국서 '핵융합 에너지' 생산 이정표 썼다

입력 2022-02-10 09:08
태양처럼 수소로…영국서 '핵융합 에너지' 생산 이정표 썼다

5초간 생산량 기존 2배…지속가능 저탄소에너지 단초

아직 주전자 끓이는 수준…"미래세대·지구 위해 바른 방향"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유럽에서 무한한 저탄소 에너지의 꿈을 엿볼 수 있게 하는 핵융합 실험 결과가 전해졌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BBC방송 등에 따르면 유럽 공동 연구진은 영국 옥스퍼드 근처 컬햄에서 영국원자력청이 운영하는 핵융합 연구장치 '제트'(JET)를 통해 5초 동안 59MJ(메가줄)에 달하는 핵융합 에너지를 생성했다.

핵융합을 통해 얻은 기존 최고 에너지양은 1997년에 달성한 약 22MJ이었다.

이언 채프먼 영국 원자력청장은 과학계의 가장 큰 도전 중 하나를 정복하는 데 접근하는 획기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핵융합은 태양과 같은 별(항성)이 빛을 내며 에너지를 내뿜을 때 사용하는 원리이다.

이 에너지는 우라늄이나 플루토늄 원자핵이 분열할 때 방출되는 에너지를 이용하는 기존 원자력과 달리 중수소와 삼중수소의 원자핵이 플라스마 상태에서 융합할 때 방출된다.

과학자들은 방사능 물질이나 온실가스 같은 오염원이 적은 에너지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수십년간 핵융합을 연구해왔다.

특히 핵융합은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심화를 막기 위해 탄소 배출량을 감축할 대응책 가운데 하나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실험 결과가 희망적이기는 하지만 상용화와는 아직 거리가 먼 미미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이번 실험에서 얻어내는 59MJ은 전력 단위로는 11㎿(메가와트)를 조금 넘어 주전자 60개 정도의 물을 끓이는 정도다.

채프먼은 "우리는 미래 세대를 위해 지구를 보호할 지속가능한 저탄소 에너지원을 만드는 데 필요한 지식을 구축하고 신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세계는 핵융합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연구의 책임자인 유로퓨전그룹의 토니 돈은 과학자들이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는 게 입증됐다고 자평했다.

돈은 "핵융합을 5초 동안 유지할 수 있다면 미래 기계(더 첨단화한 장치)를 통해 5분, 5시간으로 늘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막스 플랑크 플라스마 물리학 연구소의 사이빌레 군터 소장은 이번 프로젝트가 프랑스 남부에서 건설되는 더 큰 규모의 국제핵융합실험로(ITER)가 실험에 들어갈 때 유용한 정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ITER 사업은 한국,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등 7개국이 2007년부터 프랑스 남부 카다라슈에 태양처럼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 에너지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실험로, 즉 '인공태양'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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