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서 'IMF 합의 반대' 시위…"국민 고통 커질 것"

입력 2022-02-10 03:05
아르헨티나서 'IMF 합의 반대' 시위…"국민 고통 커질 것"

시위대, 정부·IMF의 53조원 채무 재조정 합의안에 반대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남미 아르헨티나에서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의 채무 재조정 합의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9일(현지시간) AF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도심 대통령궁 인근에서 수천 명의 시위대가 "IMF 반대", "IMF와의 합의 반대" 등을 외치며 행진했다.

좌파 정당과 노동조합, 시민·학생단체 등이 시위에 동참했다.

앞서 아르헨티나 정부는 지난달 말 IMF와 445억달러(약 53조원) 규모의 채무 재조정안에 대해 합의를 이뤘다.

직전 중도우파 정권 때인 2018년 이뤄진 570억달러(약 68조원) 규모의 구제금융 합의를 재협상해 이미 제공된 차관에 대해 상환 조건 등을 조정하기로 한 것이다.

오랜 협상 끝에 합의점을 찾았지만 아르헨티나 내부에서 반발이 만만치 않다.

시위에 참여한 좌파노동자전선 소속 미리암 브레그만 하원의원은 "정부는 아르헨티나의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며 "1983년 이후 IMF와의 모든 합의는 구조조정과 초인플레이션, 엄청난 사회 위기로 이어졌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아르헨티나는 과거 몇 차례 경제위기 속에서 IMF의 구제금융 지원을 받았으나 좀처럼 경제난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IMF와의 합의에 따른 긴축 정책으로 국민의 고통이 커지면서 반(反) IMF 정서도 퍼졌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이번 합의가 사회 지출 감축으로 이어지지 않고 경제 성장도 저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우려와 반감은 여전한 모습이다.

시위를 주도한 노동자단체 대표인 셀레스테 피에로는 AP통신에 "지금 국민 40%가 빈곤선 아래에서 살고 있다. 추가 구조조정은 더 많은 가정을 빈곤으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IMF와의 합의는 우리가 오랜 시간 겪고 있는 고통을 심화시킬 것"이라며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주체적인 해법은 IMF와 결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정부와 IMF는 다음 상환기일인 3월 22일 전에 합의안 세부 내용을 확정해 아르헨티나 의회와 IMF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아르헨티나 정부와 원칙적인 합의를 이뤘으나 여전히 어려운 작업들이 남았다고 말한 바 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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