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남부서 '히잡 등교 금지'에 시위·충돌…당국 휴교령(종합)
학교측 "교복 규정 위반"…무슬림 항의에 힌두측도 맞서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도 남부에서 히잡 착용 여학생의 등교 금지 조치를 둘러싸고 힌두·이슬람 학생 간 대립과 시위가 격화되자 현지 당국이 휴교령을 내렸다.
히잡은 일반적으로 이슬람 여성이 머리와 목 등을 가리기 위해 착용하는 스카프를 말한다.
9일(현지시간) NDTV 등 인도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남부 카르나타카주 바사바라지 봄마이 주총리는 전날 "학생, 교사, 주민 모두 평화와 조화를 유지해달라"며 3일간 각 학교의 문을 닫으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전날 우두피, 하리하라 지역 등에서는 무슬림 학생·주민과 힌두교도 학생이 무리를 지어 상대에게 돌을 던지며 충돌했다.
무슬림 측은 일부 학교의 히잡 금지 조치에 항의 시위를 벌였고, 힌두교도는 자신들의 종교를 상징하는 주황색 목도리를 두르고 이를 공격하는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경찰이 최루탄을 쏴 시위대를 해산하기도 했다.
이같은 소요는 지난달 우두피 지역의 한 공립학교에서 히잡 착용 여학생의 등교가 금지되면서 촉발됐다. 히잡 금지 조치는 이후 다른 학교로도 확산했다.
이들 학교는 특정 종교를 상징하는 히잡 착용이 평등과 통합을 위한 교복 규정에 위반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무슬림은 힌두 민족주의 성향의 여당 인도국민당(BJP)이 집권한 카르나타카주가 소수 집단인 이슬람교도를 탄압하려는 수단으로 이런 조치를 도입했다고 주장한다. 카르나타카주에서는 다수가 힌두교를 믿고 있으며 무슬림 비중은 12%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히잡을 착용했다는 이유로 시험도 치르지 못했다는 여학생 아예샤는 AFP통신에 "우리는 어떤 종교에도 반대하지 않는다"며 "히잡 착용은 우리의 권리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 지역의 일부 무슬림 학생은 학교에서 히잡을 착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법원에 청원서를 제출한 상태다.
현지 고등법원은 전날 이와 관련해 심리를 했지만, 구체적인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
이에 인권운동가와 인도 야당 등은 무슬림 여학생의 권리를 존중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최연소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파키스탄 출신 인권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는 자신의 트위터에 "히잡 착용 여학생의 등교를 거부한 것은 소름끼친다"며 "인도 지도자들은 무슬림 여성에 대한 소외 시도를 멈춰야한다"고 썼다.
야당 인도국민회의(INC) 지도자인 프리양카 간디도 트위터를 통해 "비키니를 입든 히잡이나 청바지를 입든 입고 싶은 것을 결정하는 것은 여성의 권리"라며 "이 권리는 인도 헌법에 의해 보장됐다. 여성을 괴롭히지 말라"고 주장했다.
인도에서는 2014년 나렌드라 모디 정부가 집권한 후 보수 힌두교도의 입지가 강화되고 있다.
모디 정부는 집권 후 시민권법 개정, 인도령 카슈미르 특별지위 박탈 등을 통해 무슬림과 기독교도 등 소수 집단 탄압을 강화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2020년 2월에는 시민권법 찬반과 관련해 무슬림과 힌두교도가 뉴델리에서 충돌하면서 40여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피해자 대부분은 무슬림인 것으로 알려졌다.
천주교의 경우도 테레사 수녀가 인도에 설립한 자선단체 '사랑의 선교회'가 지난해 12월 강제 개종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
현재 인도의 힌두교도는 13억8천만명의 전체 인구 가운데 80%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슬람교도와 기독교도의 비중은 각각 14%와 2%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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