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 최대 수출국 된 미국, 유럽 에너지 위기 구원투수 될까
지난달 미국 수출 가스 3분의 2가 유럽으로…러시아 대안으로 부상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미국과 독일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 러시아-독일 가스관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선언,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크게 의존하는 유럽의 에너지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국으로 부상한 미국이 유럽의 에너지 위기 해결을 도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7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7일(현지시간)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러시아 가스를 독일로 직접 들여오는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우크라이나 위기로 유럽에 대한 러시아 천연가스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미국산 천연가스가 유럽의 에너지 공급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유럽에서 러시아산 가스 공급 감소와 우크라이나 위기 우려 속에 천연가스 가격이 최근 몇 개월간 치솟자 미국 LNG 운반선이 암스테르담 같은 유럽 항구로 줄지어 향하고 있다.
수십 년 동안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을 지배했던 러시아와 지난 수년간 가스 수출 능력을 키워 온 미국 간의 에너지 전쟁이 마침내 펼쳐지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에너지 리서치회사 우드매킨지는 미국의 대유럽 LNG 수출이 최근 몇 주간 폭발적으로 늘어 유럽이 들여오는 러시아산 물량마저 능가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LNG 수출은 최근 몇 달 사이 유럽의 전례 없는 에너지 위기를 맞아 부쩍 늘었다.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유럽은 지난달까지 2개월 연속으로 아시아를 제치고 미국산 LNG의 최대 수입처가 됐다.
미국산 LNG의 수입처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초 약 37%에서 작년 12월 61%로 급상승했고, 지난달에도 미국이 수출한 LNG의 약 3분의 2가 유럽으로 갔다.
또 블룸버그가 집계한 선박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12월에는 처음으로 월 기준 세계 최대 LNG 수출국에 올랐다.
게다가 미 LNG 업체 '벤처글로벌LNG'는 58억달러(약 6조9천억원)를 투입한 루이지애나주 수출공장에서 곧 LNG 생산을 시작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 시설이 완전히 가동되면 미국의 하루 LNG 수출량은 최대 139억큐빅피트에 이를 것으로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추산했다. 이는 양대 수출국인 카타르와 호주를 능가하는 물량이다.
미국 최대 LNG 수출업체인 셰니어의 루이지애나주 사빈패스 수출시설도 최근 확장을 마쳤다.
블룸버그는 10년 전만 해도 천연가스 순 수입국이었던 미국이 이제 세계 LNG 수출국 1위 자리를 굳히고 있는 것은 획기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셰일 붐 덕에 세계 최대 천연가스 생산국으로 도약했고 카타르와 경쟁하는 수출국이 됐다.
컨설팅업체 액센츄어의 무크시트 아스라프는 "이제 미국 LNG는 전통적으로 가스 생산에 큰 장점이 있는 중동 국가를 포함한 거의 모든 나라와 경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도 미국이 2022년 연간 기준으로도 카타르와 호주를 제치고 세계 1위 LNG 수출국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은 향후 몇 년간은 1위 자리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한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이날 워싱턴DC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 에너지 대책 등을 논의하고 가스 공급을 보장하기 위한 협력을 다짐했다.
양측은 에너지 대책회의 직후 공동 성명에서 "추가적이고 다변화한 LNG 공급을 위해 협력할 것"이라며 "에너지 공급을 무기로 사용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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