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밀항하던 베네수엘라 아기, 해안경비대가 쏜 총에 숨져
트리니다드 해안경비대 "정지 명령 응하지 않아 엔진에 사격"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엄마와 함께 밀항을 시도하던 베네수엘라 아기가 이웃 국가 트리니다드토바고 해안경비대가 쏜 총에 숨졌다.
카리브해 섬나라 트리니다드 해안경비대는 지난 5일(현지시간) 밤 자국 영해에 불법 진입하려던 선박을 저지하던 과정에서 아기 1명이 사망했다고 6일 밝혔다.
해안경비대에 따르면 해당 선박은 여러차례 경고에도 멈추지 않은 채 공격적으로 전진하며 해안경비대 배를 들이받으려 했고, 대원들은 방어 차원에서 선박의 엔진을 겨냥해 사격했다.
마침내 선박이 멈춘 후에야 해안경비대는 선박 위에 베네수엘라 밀입국자들이 숨어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중 여성 한 명이 총에 맞아 피를 흘리고 있었고, 이 여성의 품에는 아기가 숨진 채 안겨 있었다고 해안경비대는 전했다.
트리니다드 당국은 여성이 현재 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며 숨진 아기의 유족에 애도를 표시했다.
키스 롤리 트리니다드 총리도 성명을 내고 "아기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 트리니다드 국민을 대신해 깊은 애도를 전한다"고 말했다. 총리는 사고와 관련해 베네수엘라 부통령과도 통화했다고 전했다.
남미 베네수엘라에서는 계속되는 경제 위기와 정치·사회 혼란 속에 최근 몇 년간 600만 명가량의 국민이 고국을 등졌다.
바다 건너 이웃 트리니다드토바고에도 4만 명가량의 베네수엘라인들이 정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AFP통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동부 델타아마쿠로 해안에선 매일 밤 이민자들을 실은 배 6∼10척이 100㎞ 밖 트리니다드로 출발한다.
밀입국 브로커들이 좁은 배에 많은 이민자들을 욱여넣고 항해하는 일이 다반사여서 두 나라 사이 바다에서 익사한 이들도 2018년 이후에만 100명이 넘는다.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는 후안 과이도는 트위터에 "엄마와 함께 독재를 피해 달아나던 베네수엘라 아기의 죽음은 매우 가슴 아프다"며 트리니다드 해안경비대의 사격이 정당화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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