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EU 이어 日과 철강관세 곧 타결…한국과는 협상 시작도 안돼(종합)
"철강 일정 쿼터 관세유예"…EU 합의와 유사하나 세부적으론 달라
쿼터제 택한 한국 역차별 우려…미, '협상개시' 한국 요청에 난색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미국이 유럽연합(EU)에 이어 일본과도 철강 관세 분쟁을 타결하고 7일(현지시간) 합의안을 발표한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불거진 동맹들과의 철강관세 분쟁이 해소된 것이지만, 한국과는 아직 관련 협상이 개시되지도 못한 상황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일본에서 들여오는 철강 제품의 일정량에 대해 현재 적용하는 25% 관세를 유예하고, 이를 넘어선 물량에 대해 관세를 매기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본산 알루미늄 제품에 부과돼온 10%의 관세는 이번 합의안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은 미국의 5번째 철강 수입국이다.
이번 합의는 미국이 작년 10월 EU와 합의한 저율할당관세(TRQ)와 유사한 방식이지만 세부적으로는 차이가 있다는 게 외신의 설명이다.
TRQ는 일정 쿼터를 무관세로 수출하지만, 이 쿼터를 넘어서는 물량에 대해 관세를 매기는 방식이다.
EU의 경우 고율 관세 적용 후에도 관세가 면제됐던 철강(약 100만t)은 쿼터에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쿼터 330만t을 포함해 430만t 무관세 수출이 가능해졌는데, 이는 고율 관세 부과 전 500만t의 상당 부분을 회복한 것이라는 평가를 낳았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관세 면제 철강 수출품 역시 쿼터에 포함하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또 미국과 EU는 철강에 대한 탄소 배출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기 위한 후속 협상을 하기로 했지만, 이번 일본과 합의에선 이 내용이 들어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본 역시 철강 제품의 탄소 배출과 관련한 사항은 합의 내용에 포함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트럼프 전 행정부는 2018년 3월 '국가안보 위협'을 명분으로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일본, EU,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각각 25%, 10%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EU는 버번위스키, 리바이스 청바지 등 미국산 물품에 대한 보복관세 방침으로 맞대응하면서 무역 분쟁으로 비화했다
하지만 동맹 복원을 중시한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미국은 작년 10월 EU가 고율의 보복관세 부과를 중단하는 것을 조건으로 TRQ 방식의 합의를 도출했다.
뒤이어 미국은 작년 11월 일본과 철강 관세 분쟁 해결을 위한 협상을 시작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현재 미국은 EU에서 탈퇴하는 바람에 미-EU 합의안 적용에서 제외된 영국과도 협상을 진행 중이다.
한국도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철강 제품 수출 문제에 관한 협상을 재개하려고 노력 중이지만 아직 별다른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전 행정부는 2018년 당시 관세를 피하려면 쿼터제를 수용하라고 요구했는데, 한국은 브라질, 아르헨티나와 함께 2015~2017년 철강 완제품 평균 물량의 70%로 수출량을 제한하는 쿼터제를 택했다.
이로 인해 2015∼2017년 연평균 383만t이던 한국산 철강의 대미 수출 물량은 200만t대로 대폭 축소됐다.
더욱이 EU와 일본이 미국과 협상을 통해 고율관세 부과 전 수출 물량을 상당 부분 회복할 경우 한국은 오히려 쿼터제에 묶여 역차별을 받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잇따라 미국을 방문해 한국과의 협상 개시를 촉구해 왔다.
일례로 여 본부장은 지난달 27일에도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나 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미국 측에서 난색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이런 태도는 중국산 제품을 필두로 전 세계 철강 공급이 과잉 상태라는 인식에다 쿼터제를 택한 한국의 경우 고율관세를 무는 EU, 일본과 상황이 다르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해석을 낳았다.
또 바이든 행정부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전통적 지지층인 미국 철강업계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다는 정치적 이유와 맞물려 이른 시일 내 한미 협상이 시작되긴 쉽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서 일본과 함께 아시아의 대표적 맹방인 한국의 요구를 계속 못 본 체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 역시 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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