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입 전기차 판매량 3배로 급증…틈새시장 벗어날까

입력 2022-02-07 16:49
일본 수입 전기차 판매량 3배로 급증…틈새시장 벗어날까

정부 보조금 2배로 늘어나 기회 열려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자동차 시장 내 배터리 전기차(BEV)의 비중이 1%도 채 안 돼 중국이나 유럽보다 한참 뒤처진 일본에서 전기차가 드디어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7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에서 신규 등록된 수입 전기차는 8천610대로 1년 만에 거의 3배로 늘었다. 블룸버그는 "전체 자동차 판매가 정체된 나라에서 이는 작지만 놀라운 변화"라고 평가했다.

일본에서는 10여 년 전에 닛산이 세계 첫 양산 전기차인 리프를 내놨지만, 전기차에 베팅하는 것을 꺼려왔다. 대신 일본 업체와 정부는 도요타가 약 25년 전 프리우스로 개척한 하이브리드(HEV) 차량이 더 경제적이라는 판단에 하이브리드 모델 보급을 선호했다.

그러나 세계적인 전기차 전환 대세 속에 일본에서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진단했다.

도요타, 닛산, 혼다가 모두 새로운 EV 전략을 내놨으며,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약속한 일본 정부도 자국 자동차 산업 보호에 초점을 두던 정책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11월 전기차 구입 보조금을 기존의 2배인 최대 80만엔(약 830만원)으로 늘렸다. 이는 일본 시장에서 도요타의 프리우스나 닛산 리프에 밀렸던 외국 전기차 메이커에는 고무적인 일이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일본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3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일 계획이며, 2030년대 중반까지 휘발유 차 판매를 금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자동차수입조합 집계에 따르면 일본 내 외국 업체 EV 판매량은 연간 수백대 수준에 그쳤다가 2019년 1천대를 넘었고 2020년엔 약 3천200대로 늘었다.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에서 외국 브랜드 EV 판매를 주도하는 곳은 미국 테슬라다. IHS마킷은 테슬라가 일본에서 2020년 1천900대에 이어 지난해엔 5천200대를 판매한 것으로 추산했다.

테슬라는 지난해 반도체 부족 사태로 많은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생산량을 줄인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는 전년보다 86% 늘어난 93만6천대를 팔았다.

테슬라 차량은 일본에서 젊고, 부유하며 충전소를 이용할 수 있는 도시에 거주하는 소비자들에게 특히 인기 있다고 애널리스트들은 말한다.



스기우라 세이지 도쿄도카이리서치 애널리스트는 테슬라 시가총액이 도요타를 추월한 것은 일본에서 테슬라 브랜드의 인지도를 크게 높였고 테슬라는 지위의 상징이 됐다고 밝혔다.

테슬라가 일본에서 지난해에 이어 추가로 가격을 인하하면 소비자층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에 테슬라가 일본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도요타는 전기차로 전환하는 데 2030년까지 4조엔(약 41조6천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며, 닛산과 그 제휴사인 르노·미쓰비시는 5년간 230억유로(약 31조6천억원)를 들여 전기차 35종을 출시할 예정이다.

자동차 컨설팅업체 카노라마의 애널리스트 미야오 다케시는 "일본 자동차 업체는 세계적으로 강하지만 국내에서는 더 강하다. 외국 자동차 메이커들에는 매우 어려운 시장"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충전소와 관련해서도 일본 메이커들은 농촌을 포함해 전국에 있는 기존 매장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어 유리하다.

테슬라와 폴크스바겐 등 외국 업체들도 일본 내 전기차 충전소 확충을 계획하고 있다.

한편 일본 전기차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현대자동차도 최근 전기차를 앞세워 일본 재진출을 선언했다.

장재훈 현대차[005380] 사장은 아이오닉5 등 전기차만 전량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방식으로 일본 시장에 재진출하겠다고 최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밝혔다.

현대차는 앞서 2001년 일본 시장에 처음 진출해 총 1만5천대를 판매한 뒤 2009년 승용차 부문에서 철수한 바 있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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