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 급등하는 유가·정제마진…정유업계, 웃음 속 긴장감도

입력 2022-02-08 05:45
동반 급등하는 유가·정제마진…정유업계, 웃음 속 긴장감도

2월 첫주 정제마진 배럴당 7.5달러까지 상승…국제유가 90달러 돌파

정유사에 고유가 장기화는 리스크…석유화학 시황은 저점 지나는 중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기자 = 지난해까지 지지부진했던 정유사의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올해 들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어 정유사들의 올해 실적에 '청신호'가 켜졌다.

정제마진 개선에다 국제유가 상승세까지 겹쳐 실적 개선 폭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유가와 마진 변동에 따른 불확실성도 상존해 정유업계는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분위기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7.5달러로 전주보다 1.1달러 상승했다.

지난해 초 정제마진이 1∼2달러 선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새 3∼4배 증가한 것이다.

정제마진은 최종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을 뺀 금액으로, 정유사의 수익을 결정짓는 핵심 지표다.

통상 배럴당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정제마진은 코로나19 사태로 석유 수요가 급락하자 2020년 마이너스 수준까지 내려갔고, 지난해 상반기까지도 배럴당 1~2달러 수준에 그쳤었다.

그러나 코로나19 백신 보급 확대와 세계 경제 회복세의 영향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회복세를 나타내기 시작해 올해 들어서는 개선 폭이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특히 국제유가도 함께 급등하면서 정유사 입장에서는 겹호재를 맞고 있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저유가일 때 사들였던 원유 비축분의 가치가 상승하면서 정유사들의 재고 평가이익이 커진다.

최근 국제유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협, 아랍에미리트(UAE) 석유시설 드론 공격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된 영향으로 7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3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의 가격은 배럴당 92.31달러로 집계됐다. WTI 가격이 배럴당 90달러를 넘은 것은 2015년 이후 처음이다.

브렌트유 가격 역시 배럴당 93.27달러를 기록했고, 국내 수입 비중이 큰 두바이유의 가격도 4일 기준 90.22달러로 90달러 선을 돌파했다.

업계에서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대로 상승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점차 커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096770],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는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2020년 합산 영업 적자가 5조원대에 달하면서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유가 상승과 정제마진 개선에 힘입어 실적 반등에 성공해 합산 7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측된다.

이미 실적이 공개된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이 각각 2조3천64억원, 1조1천424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는 유가·정제마진 상승세가 더욱 두드러져 실적 개선 폭이 더 커질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의 올해 영업이익을 2조원대로 추산하고 있다.

다만 정유업계는 유가와 정제마진 상승이 반드시 호재만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지정학적 문제 등 단기 영향으로 급등한 유가는 언제든 다시 떨어질 수 있는 데다 석유제품 가격이 너무 오르면 수요가 둔화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만약 유가는 오르는데 수요가 받쳐주지 않으면 정유사들은 비용 부담이 커져 오히려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고유가 상황이 너무 장기화되면 수요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또한 환율이 오르면 비싸게 원유를 사는 데다 환차손까지 발생해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유사들은 이러한 불확실성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정유 사업의 원가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석유화학, 친환경 등 비정유 사업을 강화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정유업계와 달리 석유화학 업계는 고유가와 공급과잉 등으로 현재 부진한 시황을 나타내고 있다.

석유화학사들은 원유에서 추출되는 나프타를 기초 원료로 사용하는데 유가 상승으로 나프타 가격이 오르면서 원재료 부담이 커졌다.

또한 국내 석유화학사들의 주요 수출 대상국인 중국이 베이징 올림픽으로 설비 가동률을 낮추는 바람에 수요도 단기적으로 감소한 상황이다.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 공장 가동이 다시 정상화되면 석유화학 제품에 대한 수요가 다시 회복되면서 석유화학 시황이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하이투자증권 전유진 연구원은 "베이징 올림픽과 중국 춘절 이후 국내 석유화학사들의 전방 업체들이 가동을 정상화하며 구매가 되살아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석유화학 시황은 2월 말부터 최악의 구간을 지나 단기 반등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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