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볼일 뒤 뒷처리는 꼭!…'펫티켓' 넘어 생물다양성 위협

입력 2022-02-07 15:42
반려견 볼일 뒤 뒷처리는 꼭!…'펫티켓' 넘어 생물다양성 위협

벨기에 연구팀, 자연보호구역 내 배설물 부정적 비료 효과 제시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반려견이 산책 중 배설하는 분뇨가 엉뚱한 비료 효과를 내면서 생물다양성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영국생태학회'(BES)에 따르면 벨기에 겐트대학 연구진은 겐트시 인근 자연보호 구역(nature reserve)에서 반려견의 배설물로 1㏊(1만㎡)당 연간 질소 11㎏, 인 5㎏이 추가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BES 학술지 '생태학적 해결책과 증거'(Ecological Solutions and Evidence)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전에 방치되던 반려견 배설물로 인한 영양 공급이 상당하며,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기능에 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화석연료 사용이나 농업을 통해 유럽 대부분의 지역에서 추가되는 질소가 1㏊당 5∼25㎏에 그치는 점에 비춰볼 때 상당한 양이라고 했다.

논문 제1저자인 피에테 드 프렌느 교수는 "반려견들이 얼마나 많이 영양을 추가할 수 있는지를 보고 놀랐다"면서 "농업과 산업, 교통 등을 통해 대기에 추가되는 질소는 많은 정책적 관심을 적절하게 받고 있지만 개는 이와 관련해서는 완전히 방치되고 있다"고 했다.

연구팀은 반려견 배설물로 인한 부정적 비료 효과를 반려견 보호자들에게 주지시키고 반려견이 배설한 분변은 반드시 치우도록 권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겐트시 네 곳의 자연보호 구역을 산책하는 반려견의 수를 18개월 간 487차례에 걸쳐 파악하고, 반려견에게 목줄을 했을 때와 안 했을 때, 반려견 보호자가 분변을 치웠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등 네 가지 시나리오에 맞춰 반려견 배설물로 추가되는 비료 효과를 산출했다.

그 결과, 자연보호 구역 내 모든 반려견에게 목줄을 했을 때 가장 넓은 지역에 걸쳐 비료 효과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산책로 주변에 배변이 집중되면서 비료 효과가 국지적으로 많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곳은 1년간 추가되는 영양이 1㏊당 질소 175㎏, 인 73㎏에 달했다.

하지만 보호자가 반려견에게 목줄을 매고 반려견이 싼 분변을 치우면 비료 효과를 질소는 56%, 인은 97%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소가 절반밖에 줄지 않은 것은 반려견의 소변은 회수할 수 없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설명됐다.

연구팀은 자연보호 구역에 반려견 배설물로 영양이 추가되면 식물이 더 잘 생장해 이득이 될 것처럼 들리지만 이는 제한된 몇 종에만 적용돼 희귀종을 압도함으로써 생물다양성을 줄이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드 프렌느 교수는 이와 관련, "자연보호 지역에서는 풀을 베어 내고 건초를 제거하는 방식 등을 통해 토양의 영양분을 낮춰 식물과 동물의 다양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이번 연구 결과는 현재 방치된 자연보호 지역 내 반려견의 배설물로 인한 영양분 추가가 복원 목표를 늦출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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