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물가, 3월까지 3%대…기준금리, 올해 1.75%까지 인상"
소비자물가상승률·기준금리 전망치 상향 조정
"국제유가, 여름까지 상승"…"서비스물가 오름세 지속"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이미령 기자 = 작년 10월부터 넉 달 연속 3%대 상승률을 기록한 소비자물가가 유가 강세 등 대내외 요인으로 올해 1분기 내내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물가 상승세가 지속하면서 올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75%까지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 "소비자물가, 2∼3월도 3% 넘을 것"…유가, 2분기 100달러 가능성
7일 증권가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작년 같은 달보다 3.6% 올랐다. 소비자물가는 석유류를 비롯한 공업제품과 농·축·수산물 가격 오름세에 외식 등 개인 서비스 물가가 큰 폭으로 올라 4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나타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0년 9월부터 2012년 2월까지 18개월 연속 3%대 이상을 기록한 뒤 2%대 이하에서 움직이다가 작년 10월(3.2%) 9년8개월 만에 3%대로 올라섰다.
국내 시장 전문가들은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이달과 오는 3월에도 3%를 넘을 것으로 관측했다.
우선 국제유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아서다. 지난 4일(미국 동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2.04달러(2.26%) 급등한 배럴당 92.31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2014년 9월 29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변준호 흥국증권 연구원은 "유가가 WTI 기준으로 올해 여름까지 상승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00년 이후 2분기에 유가(WTI)가 하락할 확률은 36%로 낮았고 떨어진 해에도 20% 이상 급락한 적은 한 차례도 없었다고 변 연구원은 전했다.
변 연구원은 "유가의 매년 2분기 평균 상승률은 12%에 이른다"며 "현재 수준을 1분기 종가로 가정하고 2분기 평균 상승률 12%를 적용하면 2분기 유가는 103달러로 추산된다"고 강조했다.
유가뿐 아니라 서비스 물가도 염려되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개인서비스물가 상승률은 3.9%로 2011년 10월 이후 최고치다.
음식과 숙박, 오락과 여가 등 경제 재개 관련 물가 오름세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001200] 연구원은 "서비스 물가는 지속성이 높아 물가 상승 장기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2∼3월에도 3% 이상의 물가상승률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에너지 가격의 기저효과가 완화해도 물가 상승세는 완만하게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다은 대신증권[003540] 연구원도 "국제유가 오름세와 원재료비, 인건비 부담에 따른 외식 가격 인상 속도를 고려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분기에 3%대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며 올해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2.6%로 상향 조정했다.
메리츠증권[008560]은 올해 연간 물가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2.6%로 높인 이후 추가로 2.9%까지 상향 조정했다.
대신증권 이 연구원은 "다만, 연말로 갈수록 공급측 요인의 상방 압력이 줄어들면서 물가 상승률이 2.0% 수준으로 안정화할 것이라는 전망은 변함없다"고 했다.
◇ "한은, 올해 기준금리 두 차례 추가 인상…연 1.75% 전망"
물가 상승 압력이 거세지자 증권가에선 한국은행이 올해 기준금리를 두 차례 더 인상해 연내 1.75%까지 끌어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해졌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지난달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1.25%로 0.25%포인트 인상한 바 있다. 작년 11월에 이은 이례적 두 차례 연속 인상으로 기준금리는 22개월 만에 코로나19 직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높아진 물가 압력을 고려해 올해 기준금리 전망을 1.75%로 상향한다"며 "인상 시기는 물가 부담이 높은 올해 2분기(5월), 3분기(8월)로 수정한다"고 밝혔다.
윤 연구원은 "지난해 연간 전망에서 투자자들에게 올해 1분기까지 물가 부담을 덜고 정책 기대를 반영한 수준에서 유연하게 대응할 것을 권고했으나, 예상보다 물가 부담이 심화하고 주요국 정책 부담이 가세하면서 금리 수준이 조정돼 투자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화투자증권[003530]도 올해 기준금리 인상 시점과 횟수, 전망치를 기존 '11월 한 차례 인상, 연 1.50%'에서 '7월과 11월 두 차례 인상, 연 1.75%'로 변경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같이 전망하면서 지난 3일 공개된 금통위 회의록이 기자회견이나 통화정책방향문보다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김 연구원은 "금통위원들의 스탠스가 생각보다 매파적인 것은 물가 우려에 기인한다"며 "다수 금통위원이 불균형 정도는 완화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지만, 위원 전원이 올해 물가 수준이 기존 전망치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금통위원들의 기대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높다"며 "기대인플레이션과 과거 기준금리 추이를 보면 기존에 전망한 11월보다 이른 시기(7월)에 한 번 더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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