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발목 잡힌 중국 '춘제 특수'

입력 2022-02-07 10:39
코로나에 발목 잡힌 중국 '춘제 특수'

올림픽 앞두고 방역 강화에 여행·영화 등 오프라인 소비 위축

당국, 경기 급랭 속 1분기 경기 관리 어려움 가중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코로나19 대응 수위를 최고 단계까지 끌어올리면서 올해 '춘제 특수'가 시장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연중 최대 대목인 춘제 기간 소비가 활력을 띠지 못하면서 급속한 경기 둔화 속에서 중국 당국의 1분기 경기 관리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이다.

7일 경제 매체 제몐(界面)신문 등에 따르면 중국 문화여행부는 지난달 31일부터 6일까지 7일간 이어진 춘제 연휴 기간 자국 내 여행객이 연인원으로 2억5천100만명으로 작년 동기보다 2.0% 감소한 것으로 집계했다.

이 기간 여행 소비액도 2천892억 위안(약 54조5천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9% 줄었다.

이 같은 여행객과 여행 소비액은 코로나19 시작 전인 2019년 춘제 때의 각각 73.9%, 56.3% 수준에 그친다.

춘제 경기의 바로미터 중 하나인 영화 시장도 작년 수준을 넘지 못했다.

올해 춘제 기간 영화 흥행 수입은 60억8천만 위안(약 1조1천460억원)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세운 작년의 78억4천만 위안에 미치지 못했다.

연휴 기간 누적 관람객 숫자도 작년보다 5천만명가량 줄었다.

이런 가운데서도 6·25전쟁 당시 미군과 중국군 사이에 벌어진 전투를 소재로 한 애국주의 영화 '장진호의 수문교'는 25억5천만 위안을 벌어들이며 춘제 연휴 기간 박스오피스의 거의 절반 가까이 독식했다.

올해 춘제 기간 여행과 영화 소비가 활력을 띠지 못한 것은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중국 곳곳에서 코로나19의 산발적 확산이 지속되는 가운데 당국이 귀성과 여행 등 인구 이동을 최대한 억제하는 정책을 편 데 따른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의 많은 지역은 타지에서 코로나19가 유입될 것을 우려해 공항과 기차역, 버스 터미널 등에서 여행객들에게 코로나19 검사 음성 증명서를 요구한다.

최근 많은 중국인은 예측하기 어려운 타지의 방역 정책 때문에 현지에서 강제 격리를 당할 것을 우려해 여간해서는 개인 여행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초·중·고교도 연휴 때마다 학부모들에게 자녀를 데리고 타지로 이동하는 것을 자제하도록 요구한다. 적지 않은 학교가 타지에 다녀온 학생에게 '격리' 차원에서 일정 기간 등교를 하지 않도록 요구하기 때문에 자녀를 동반한 가족 단위 여행이 크게 위축된 상태다.



또한 이번 춘제를 앞두고 여러 지방정부는 인구 이동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고향에 돌아가지 않는 타 지역 출신 근로자들에게 장려금을 주기도 했다.

이처럼 춘제 경기가 활력을 되찾지 못한 가운데 아직 중국 경기가 반등할 뚜렷한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기저효과 덕에 작년 1분기 18.3%까지 올랐던 분기 성장률이 작년 2∼4분기 7.9%, 4.9%, 4.0%로 떨어지면서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의 문을 열 중대 정치 행사인 올가을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5%대 성장 유지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규제로 인한 부동산 시장의 심각한 위축이 중국 경기 급랭에 주된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 가운데 중국 부동산 시장 급랭과 대형 부동산 개발 기업들의 유동성 위기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 부동산 정보 업체 커얼루이(克而瑞)부동산연구센터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월 29개 중점 도시의 주택 거래 면적은 작년 동기와 전월 대비 각각 46%, 37% 감소했다.

중국 정부는 올해 1분기가 경기 관리의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이번 분기 성장률이 전분기보다 악화하지 않도록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작년 12월부터 사실상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와 지급준비율을 내린 데 이어 중국 당국은 연초에 대형 인프라 시설 투자를 집중적으로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한 상태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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