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위구르족 지지' 논란에 장비 색깔 바꾼 터키 선수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터키 선수가 중국 신장(新疆) 위구르자치구 분리독립을 상징하는 깃발과 유사한 색과 문양이 들어간 장비를 사용해 논란이 일었다.
7일 AP 통신에 따르면 터키 선수 파티흐 아르다 입지오을루는 5일 스키점프 노멀힐 경기에서 푸른색 바탕에 흰색 초승달과 별 문양이 들어간 디자인의 스키를 사용했다.
이 문양은 위구르족 분리독립 세력이 주장하는 동(東)투르키스탄 깃발을 연상케 한다.
터키에는 5만 명 이상의 위구르족이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중앙아시아 이외 지역 중 최대 규모다.
이뿐만 아니라 터키는 범투르크주의에 기반해 언어·종교·문화를 공유하고 터키 투르크족의 분파로 여겨지는 위구르인 문제에 대해 종종 언급해왔다.
다만 로이터 통신은 그가 정치적 의사 표명을 한 것인지, 장비 색깔 때문에 의도치 않게 논란이 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터키 국기도 동투르키스탄 깃발과 유사하며, 빨간색 바탕에 거의 같은 문양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논란이 되자 6일 경기에서는 장비를 바꿨다. 전날 사용한 스키 장비 디자인이 위구르족에 대한 지지 표시인지 묻는 질문에는 답변을 피했다.
그는 노멀힐 경기 1라운드 후 취재진의 질문에 "그것에 대해서는 답하고 싶지 않다"면서, 전날 사용된 문양이 어느 쪽 상징이냐는 물음에 "나는 단지 터키 국기에 대해 말할 수 있다"고만 밝혔다.
정치적 의사 표명을 한 것인지 재차 묻자 "이미 말했듯이 나는 스포츠맨이다. 나는 내 일을 할 뿐이고 다른 것은 신경 쓰지 않는다. 그건 내 일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이날 경기에서 50명 가운데 36위를 차지했다.
터키 국가올림픽위원회(NOC)는 이번 일과 관련, "정치적 의사 표명이 아니었다"면서 "터키 공식 국기에 흰색 초승달과 달이 들어가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혼란을 피하기 위해 대회 남은 기간 터키 선수들은 NOC 상징만을 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터키 NOC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소셜미디어에서는 "중국에 가서 중국의 (위구르족)박해에 항의했다", "중국의 심장부에서 동투르키스탄 깃발을 달고 경기에 출전했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입지오을루의 행동을 위구르족에 대한 지지 표명으로 규정하고 감사를 표현한 것이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신장 지역에서 100만 명에 달하는 위구르족 등 이슬람계 소수민족이 강제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이 단체들은 중국 정부가 수용소에 갇힌 소수민족을 억압해 이슬람교를 부정하고 공산당에 충성하도록 세뇌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중국은 이슬람 소수민족이 강제수용소가 아니라 테러리즘과 극단주의에 대응하는 데 필요한 직업교육 시설인 '재교육 수용소'에 입소해 교육을 받았을 뿐이며, 대다수 교육생이 이미 졸업했다고 맞서왔다.
올림픽에서는 정치적 상징이나 비공식 깃발을 드러내는 모든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이번 대회는 신장 위구르자치구 인권침해에 대한 서방의 비판 속에 치러지는 만큼 이러한 조항이 특히 엄격히 적용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bsch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