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좋아하고 즐기는 개인 성향 절반 가까이는 유전자가 결정

입력 2022-02-04 11:05
자연 좋아하고 즐기는 개인 성향 절반 가까이는 유전자가 결정

英쌍둥이 1천153쌍 조사 결과…유전적 영향 경험 쌓이며 줄어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인간은 자연 속에서 정신적 행복과 육체적 건강을 증진할 수 있는데, 자연을 좋아하고 즐기려는 개인적 성향은 유전적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생물통계학자 장자천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영국 쌍둥이를 대상으로 한 자연에 대한 성향을 조사해 얻은 연구 결과를 미국 공공과학 도서관(PLOS)가 발행하는 개방형 정보열람 학술지 '플로스 생물학'(PLOS Biology)에 발표했다.

PLOS에 따르면 연구팀은 영국 최대 쌍둥이 등록 단체인 '트윈스(twins)UK'의 쌍둥이 1천153쌍을 대상으로 자연 선호도를 스스로 평가하게 하고 공공 공원이나 개인 정원 등 자연 공간 방문 빈도, 거주 도시 환경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유전자가 100% 가까이 같은 일란성 쌍둥이들이 자연에 대한 선호도나 자연 공간 방문 빈도 등에서 약 50%의 유전 물질이 같은 이란성 쌍둥이보다 더 유사한 성향을 보이는 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 선호도는 46%, 자연 공간 방문 빈도는 공원 48%, 정원 34% 등의 유전성을 보여 자연에 대한 개인의 성향을 결정하는데 유전적 요인이 어느 정도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이는 개인적 성향의 나머지 절반 이상이 환경적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는 간접증거이기도 한 것으로 지적됐다.

환경적 요인은 거주하는 지역의 도시화 정도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 환경에서 거주하는 사람은 접근할 수 있는 정원이나 공원이 적어 자연 활동을 덜 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이는 주변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설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또 자연에 대한 개인적 성향에 작용하는 유전성은 나이가 들수록 약화해 사람들이 나이를 먹으며 독특한 환경 조건을 경험하면서 유전적 영향이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번 연구는 자연에 대한 개인의 선호도나 자연 공간을 방문하려는 성향에 유전적 요소가 작용한다는 첫 증거로, 인간과 자연의 상호작용에 관한 새로운 연구의 문을 열어놓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자연을 좋아하고 즐기려는 성향이 강한 사람은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적극적으로 자연 공간을 찾겠지만 모두를 위해 자연 공간에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도시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박사는 "자연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건강과 행복을 증진하는 것과 연관돼 있다"면서 "쌍둥이를 대상으로 한 이번 연구는 자연을 좋아하고 즐기려는 개인 성향이 유전적 요인과 개인적 경험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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