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에 포위된 IS 수괴의 최후…궁지 몰리자 자폭, 가족도 희생
미, 특수부대원 20여명에 무장 헬기 3대·공격용 드론까지 투입
항복 않고 교전 도중 폭탄 터뜨려…바이든, 상황실서 실시간 지켜봐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미국이 3일(현지시간)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인 이슬람국가(IS)의 우두머리 아부 이브라힘 알하시미 알쿠라이시를 제거했다.
미 특수부대가 2019년 10월 IS의 수괴였던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에 이어 후계자로 오른 알쿠라이시까지도 특수작전을 통해 제거한 것이다.
AF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을 종합하면 이번 작전은 중동 지역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가 수행했다.
시리아 시간으로 3일 오전 1시 전후에 3대의 미 헬기가 투입돼 알쿠라이시가 은거하던 시리아 북서부 이들립주의 아트메흐 마을에 도착했다.
이들립주는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 이후 반군의 본거지로, 알카에다 시리아 지부를 비롯한 극단주의 세력이 반군의 주축을 이루는 곳이다.
터키 국경 근처인 아트메흐는 시리아 난민 캠프가 흩어져 있는 지역으로 극단주의 세력이 은신해온 곳이기도 하다.
라미 압델 라흐만 시리아인권관측소장은 미 헬기가 쿠르드족이 통제하는 도시인 코바니에서 이륙했고, 쿠르드 정예 병사들도 작전에 합류했다고 전했다.
이번 작전에는 20명이 넘는 특수부대원들이 투입됐고, 무장 헬기와 공격용 드론 등의 지원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작전팀은 3일 자정을 넘긴 오전 1시 전후에 올리브나무로 둘러싸인 3층짜리 단독 주택을 에워 쐈다. 알쿠라이시가 거주하던 가옥이었다.
뒤이어 아랍어로 이 집에 거주하는 모든 이들에게 항복을 요구하는 확성기 경고음이 울려 퍼졌고, 여성과 아이들은 이 지역을 떠나라는 방송도 있었다.
한 시간이 훌쩍 지나도록 알쿠라이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이내 기관총 소리가 들리는 등 교전이 오갔다.
가옥은 벽이 허물어지고 창문이 깨지는 등 크게 파손됐고, 이 과정에서 큰 폭발음도 들렸다.
미 당국자는 언론 브리핑에서 알쿠라이시가 폭탄을 터뜨려 자폭했고, 이 과정에서 아내와 자녀들도 함께 숨졌다고 말했다.
미 당국자는 폭발이 너무 커 현장에서 발생한 사상자는 가옥 내부의 폭발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AP통신도 목격자를 인용해 헬기가 저공비행을 하면서 2시간 동안 총격 등 충돌이 발생했고, 뒤이어 큰 폭발음이 들렸다고 전했다.
소셜미디어상에는 이 가옥의 잔해더미에서 성인 남녀와 어린이의 시신을 옮기는 영상이 나돌기도 했다.
알쿠라이시를 지키던 IS 조직원은 2층에서 바리케이드를 치고 저항하다 아내와 함께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1층에 있던 민간인들은 알쿠라이시가 자폭하기 전 건물을 빠져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시리아 구호단체인 '하얀 헬멧'은 어린이와 여성을 포함해 최소 13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작전 과정에 미군 헬기 1대가 기계적 문제를 일으켜 비상착륙했고,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한 미군이 지상에서 폭파시키는 일도 있었다.
미군은 이곳에 투입된 지 약 3시간 후인 오전 4시 전후로 헬리콥터를 타고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알쿠라이시는 이 가옥의 3층에 세들어 지낸 것으로 전해졌다.
건물주는 AFP통신에 알쿠라이시가 11개월간 이 가옥에 살았고 아내와 세 자녀, 여동생 등과 함께 살았다고 전했다.
또 의심스럽거나 눈에 띄는 것이 없었다면서 알쿠라이시가 자신에게 와서 월세를 내고 떠나곤 했다고 말했다.
알쿠라이시는 IS 우두머리가 된 이후 대중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육성 녹음도 공개하지 않는 등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 당국자는 이번 작전이 몇 달간 계획됐다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첫 브리핑을 들었고, 미국 시간 2일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이 함께한 자리에서 최종 작전 허가를 내줬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등과 함께 상황실에서 이번 작전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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