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국 운송로, 야생동물 밀수 고위험 구역"
WJC, 중국 최대 상아 밀매조직 단속 관련 보고서서 지적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은 앞으로도 야생동물 최대 밀수 지역이 될 것이며, 그 과정에서 한국이 밀수품의 '경유지'로 점점 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이 나왔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본부를 둔 비영리 단체 야생동물정의위원회(WJC)는 지난 1일(현지시간) 발간한 '용을 쓰러뜨리기: 중국 최대 상아 밀수 사례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통해 "한국-중국 운송로가 야생동물 밀수의 고위험 구역으로 표시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2020년 중국 최대 상아 밀수 조직 적발 사건을 통해 중국 불법 조직의 야생동물 밀수 과정을 분석했다. 당시 불법 조직 대표 2명이 종신형을 선고받는 등 17명이 감옥에 갔다.
해당 조직은 가짜 목재 수입 회사를 통해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세관 관리를 매수하고 아시아의 자유항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나이지리아에서 최소 20t의 상아를 밀수했다.
WJC는 해당 사건을 조사하면서 한국이 2013년 이래 상아 최소 23t, 천산갑 비늘 10.6t, 코뿔소 뿔 41㎏, 백단향 2.8t을 포함해 중국에서 적발된 야생동식물 밀수거래 26건의 경유지로 기록된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한국에서의 경유지는 대부분 인천공항과 부산항이었다.
케냐, 나이지리아, 앙골라, 모잠비크에서 출발한 상아, 코뿔소 뿔, 천산갑 등 밀수품은 싱가포르, 홍콩, 베트남이나 라오스를 거친 후 한국을 경유해 중국으로 가거나 아니면 곧장 중국으로 향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한국 등을 경유하면 운송비가 상승하고 시간도 더 걸리지만 밀수꾼들은 더 안전한 루트를 확보하고자 한국과 중국의 교역량이 많은 점을 이용해 밀수품을 다른 물품 속에 숨기는 방식으로 물건을 실어날랐다"고 전했다.
이어 "밀수꾼들은 경유지가 늘어날 때마다 새로운 선적 서류를 작성하면서 물건의 애초 출발지가 아프리카였다는 사실을 모호하게 만들었고, 운송 허브에서는 모든 컨테이너를 일일이 검사할 역량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악용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중국의 전통의학을 중심으로 한 야생동물 제품에 대한 수요 탓에 중국은 계속해서 글로벌 불법 야생동물 거래의 주요 목적지가 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이 점점 더 증가하고 있어 우려되며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계속해서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또 "중국의 세관 관리가 붙잡히긴 했지만 나이지리아와 싱가포르, 한국, 홍콩에서도 밀수 루트를 따라 밀수품의 선적을 용이하게 한 관리들이 더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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