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실적에도…1월에만 4대 은행서 1천800여명 짐 쌌다
최근 4개월간 SC·씨티 포함 시중은행 희망퇴직 5천명 넘어
특별퇴직금 등 조건 좋아지고 '인생 2막' 수요도 많아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이지헌 김유아 기자 = 가계대출 증가 등에 힘입어 시중은행들이 지난해 사상 최대 이익을 거뒀지만, 역설적으로 희망퇴직을 통해 은행을 떠나는 인력 규모도 역대급에 이르렀다.
늘어난 이익을 바탕으로 예년보다 희망퇴직 조건이 좋아진데다 '인생 2막' 설계를 서두르는 추세, 비대면 금융 전환에 따른 점포·인력 축소, 한국씨티은행의 소매금융 철수 등까지 겹친 결과다.
◇ 5대 은행 희망퇴직 '마무리'…4개월간 7개 은행서 5천명 넘게 떠나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4곳에서만 희망퇴직 형태로 모두 1천817명이 떠났다.
KB국민은행에서는 지난달 3∼6일 희망퇴직을 신청한 674명이 21일 자로, 신한은행에서도 3∼11일 신청한 250명이 17일 자로 각각 짐을 쌌다.
하나은행의 경우 같은 달 3∼7일 접수를 거쳐 임금피크 대상자 228명과 준 정년 대상자 250명, 모두 478명이 31일 퇴직했다.
우리은행에서도 같은 날 415명의 희망퇴직 절차가 마무리됐다.
앞서 지난해 10월 29일 자로 SC제일은행 직원 약 500명이 특별퇴직했고, 소매금융 철수를 결정한 씨티은행에서도 같은 해 11월 직원의 약 66%인 2천300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NH농협은행 직원 427명도 같은 달 희망퇴직을 신청하고 작년 말 회사를 떠났다.
결국 최근 4개월간 국내 시중은행 5곳과 외국계 은행 2곳에서만 무려 직원 5천44명이 사라진 셈이다.
◇ 만 40세까지 낮아진 희망퇴직 연령
올해 은행권 희망퇴직의 가장 큰 특징은 대상 연령이 뚜렷하게 낮아졌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우리은행의 희망퇴직 신청 대상은 ▲ 관리자급 1974년 이전 ▲ 책임자급 1977년 이전 ▲ 행원급 1980년 이전 출생자였다. 행원급은 만 40세도 본인 희망에 따라 은행을 떠났다는 뜻이다.
하나은행도 만 15년 이상 근무한 경우 만 40세 이상인 일반직원에게까지 특별퇴직 신청 기회를 줬다.
신한은행의 희망퇴직 대상은 부지점장 이상 일반직 가운데 15년 이상 근속한 1963년 이후 출생자였다. 다만 4급 이하 일반·무기 계약·관리지원계약·RS(리테일 서비스)직은 15년 이상 근속자 중 1966년생도 희망퇴직을 신청할 수 있었다.
[표] 최근 시중은행 희망퇴직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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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기·인원 │ 특별퇴직금 조건 및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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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2022년 1월 21일. 674명 │1966~1971년생. 최대 기본급 35개월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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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2022년 1월 17일. 250명 │15년 이상 근속·4급 이하 1966년생도 │
│ ││최대 기본급 36개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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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 │2022년 1월 31일, 478명 │15년 이상 근속. 만 40세 이상도 │
│ ││최대 평균임금 36개월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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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2022년 1월 31일, 415명 │행원급은 1980년 12월 31일 이전 출생 │
│ ││최대 평균임금 36개월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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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농협은행│2021년 12월 31일, 427명 │만 56세 : 기본급 28개월치 │
│ ││일반직원: 기본급 20개월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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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은행 │2021년 11월, 2천300명 신│최대 7억원 한도, 정년까지 남은 개월 │
│ │청 │수만큼(최장 7년) 기본급의 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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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제일은행│2021년 10월, 500명 │최대 6억원까지 36∼60개월분(월 고정 │
│ ││급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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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계 │ 5천44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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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개 각 은행 희망퇴직 현황 자료 취합
◇ 퇴직금, 외국계 은행 6억∼7억원…국내은행도 4억∼5억원 수준
은행권에서 전반적으로 과거와 비교해 퇴직 조건이 유리해진 점도 5천명이 넘는 대규모 탈출 행렬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SC제일은행에서 작년 10월 특별퇴직(희망퇴직)자는 직위·연령·근속기간에 따라 최대 6억원까지 36∼60개월분(월 고정급 기준)의 특별퇴직금을 받았다. 2020년 산정 기준(최대 38개월)과 비교하면, 많게는 수억원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씨티은행의 경우 '소매금융 철수'라는 특수 상황을 고려해도 노사가 합의한 희망퇴직 조건이 직원 입장에서 나쁘지 않았다.
합의 조건에 따르면 근속기간 만 3년 이상 정규직원과 무기 전담 직원이 희망퇴직을 신청하면, 최대 7억원 한도 안에서 정년까지 남은 개월 수만큼(최장 7년) 기본급의 100%를 특별퇴직금으로 받았다. 퇴직자에게는 창업·전직 지원금 2천500만원도 추가 지급됐다.
KB국민은행은 희망퇴직자에게 23∼35개월치 급여와 학자금(학기당 350만원·최대 8학기) 또는 작년보다 600만원 많은 재취업지원금(최대 3천400만원)을 지급했다. 아울러 건강검진 지원(본인과 배우자), 퇴직 1년 이후 재고용(계약직) 기회 등도 약속했다.
신한은행은 희망퇴직자에게는 연차와 직급에 따라 최대 36개월의 특별퇴직금을 줬다.
은행에 따라, 근무 기간과 직급 등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보통 현재 국내 시중은행의 부지점장급 인력이 희망퇴직하면 특별퇴직금까지 더해 4억∼5억원 정도를 받는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은행 입장에선 비대면 금융거래 증가로 인력 수요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인 만큼, 희망퇴직 조건을 개선해서라도 인력 과잉 상태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국내은행 점포(지점과 출장소)는 ▲ 2018년 23개 ▲ 2019년 57개 ▲ 2020년 304개 ▲ 2021년 상반기 79개 줄었다.
과거보다 희망퇴직에 대한 직원들의 수요도 크게 늘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지점장(부장급)은 물론 부지점장(부부장급)도 못 달고 임금피크를 맞아 차장으로 퇴직해야 하는 직원들이 많다"며 "그럴 바에야 50대 초반, 40대 후반에라도 빨리 나가서 제2의 인생을 준비하자는 생각으로 직원들이 노조를 통해 희망퇴직 대상 확대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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