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대책 1년' 주택 후보지 50만3천호 발굴…"목표치 60% 달성"
국토부, '2·4 대책 순항' 자평…전문가 "정책성공 평가는 시기상조"
일부 후보지에선 선정 철회 요구도…주민 ⅔ 동의·현금청산 문제 등 과제 산적
(세종=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정부가 서울 등 도심의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 매머드급 공급 계획을 담은 '3080+ 공급대책'(2·4 대책)을 발표한 지 1년이 됐다.
정부는 대책 발표 후 약 1년 만에 목표 물량인 83만6천호의 60%가 넘는 후보지를 발굴하는 등 사업이 순항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고 있는 것도 2·4 대책의 영향이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직 정책의 성패를 말하기엔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 주택공급이 이뤄지기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고, 실제 일부 후보지에서는 주민 간의 찬반 갈등을 넘어 후보지 철회 요구도 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 83만6천호 공급계획…공공 주도 사업에 용적률·인허가 '인센티브'
국토교통부는 작년 2·4 대책에서 공공이 주도하는 주택공급을 통해 2025년까지 전국에 총 83만6천호를 공급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직전까지 '공급은 충분한데 투기 세력이 문제'라며 세제·규제 강화로 수요 억제에 집중하던 것에서 방향을 틀어 매머드급 공급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잇단 규제 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잡히지 않자 내놓은 고육지책이었으나 발표 당시 시장의 평가는 나쁘지 않았다.
2·4 대책은 공공 주도로 추진하는 정비사업에 용적률 등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해 사업성을 높여주고, 인허가 절차 단축 등을 통해 사업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여 수요가 많은 서울 등 도심에 다량의 주택을 신속히 공급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전체 공급 목표 83만6천호 가운데 서울 물량만 32만호에 달한다. 이는 분당, 일산, 평촌 등 1기 신도시(약 30만호) 전체 물량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2·4 대책의 주요 사업 유형은 ▲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19만6천호 공급목표) ▲ 공공정비사업(13만6천호) ▲ 소규모정비·도시재생사업(14만호) ▲ 공공택지(36만4천호) 등이 꼽힌다.
도심복합사업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기관이 주도해 역세권과 저층 주거지, 준공업지역 등 도심 내 노후 지역을 고밀 개발해 신축 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민간 주도 방식이 지구 지정부터 분양까지 약 13년 걸리는 데 비해 도심복합사업은 같은 절차를 밟는 데 2년 6개월이면 가능하다고 국토부는 설명한다.
공공정비사업은 공공기관이 참여하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용적률 완화나 행정절차 간소화 등으로 사업성을 개선해주고 임대·분양주택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특히 공공이 직접 시행하는 정비사업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제외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준다.
소규모정비·도시재생사업은 대규모 정비가 어려운 저층 주거지를 체계적으로 정비하고 기존 도시재생 사업에 정비사업을 가미하는 형태다. 공공택지 사업은 신도시 개발 등을 말한다.
◇ 1년 만에 목표치의 60% 넘는 후보지 선정…정부 "전례없이 빠른 속도" 자평
30일 국토부에 따르면 작년 2·4 대책에 따라 지난 1년간 정부가 선정한 사업 후보지는 약 50만3천호 규모다. 이는 전체 목표의 60.2%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2·4 대책의 대표 모델인 도심복합사업의 경우 지난 1년 동안 전체 목표 물량의 절반이 넘는 10만호(76곳) 규모의 후보지를 확보하는 등 순항하고 있다는 게 정부의 자평이다.
서울 증산4구역과 신길2구역 등 7곳(1만호)은 작년 말 지구 지정을 완료했고, 이 중 4곳은 올해 안에 사업계획 승인과 토지주 우선공급을 거쳐 사전청약(4천호)까지 진행될 계획이다. 기존 정비사업이 후보지 선정에서 지구 지정까지 오는데 4년 이상 걸렸던 것과 비교하면 전례 없이 빠른 속도라고 국토부는 강조한다.
76곳 중 법적 지구 지정 요건인 주민 3분의 2 이상 동의를 확보한 후보지도 26곳(3만6천호)에 달한다. 정부는 올해도 5만호 이상에 대한 지구 지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공정비사업의 경우 지금까지 35곳(3만7천호)의 후보지를 선정해 공급 목표의 27.1%를 달성했다. 이 중 서울 용두1-6구역과 흑석2구역 등 7곳은 공공시행자 지정까지 마쳤다. 유형별로 공공재개발이 29곳(3만4천호), 공공재건축 4곳(1천500호), 공공직접시행 2곳(1천호) 등이다.
정부는 공공정비사업을 지난해 서울시가 도입한 민간 주도 재건축 방식인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과 경쟁하는 정책이 아닌 보완되는 정책으로 함께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건축 추진 단지 주민들에게 공공·민간 주도 개발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소규모정비·도시재생사업 대상지로는 총 57곳(3만2천800호)의 후보지를 선정해 목표 물량의 23.4%를 후보지로 확보했다.
2·4 대책 물량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공공택지는 지난해 광명·시흥(7만호)을 비롯해 의왕·군포·안산(4만1천호), 화성진안(2만9천호) 등 전체 25만9천호에 대한 후보지 지정을 모두 마쳤다.
국토부는 최근 부동산 시장이 변곡점을 지나 하향 안정 국면에 진입한 것은 정부의 공급 확대 정책과 금융·통화정책 변화가 함께 빚어낸 것이라며 2·4 대책이 성과를 내고 있다고 자평했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전반적인 시장의 하향 안정 추세는 더욱 확고해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정부도 공급 확대 및 속도 제고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나가겠다"고 말했다.
◇ 주민 ⅔ 동의·현금청산 문제 등 난제…"정책성공 평가는 시기상조"
정부가 2·4 대책의 성과를 홍보하는 것과 달리 전문가들은 아직 정책의 성패를 평가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주택이 공급되려면 후보지마다 주민 3분의 2 이상 동의를 확보해야 하고, 현금청산 문제나 분담금 문제 등 넘어야 할 관문이 아직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상당수 도심복합사업 후보지에서는 사업 추진에 찬성하는 주민과 반대하는 주민이 첨예하게 맞서며 갈등하고 있다.
찬성 주민들은 지금까지 사업성이 부족하고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에 정비사업이 어려웠던 곳에서 공공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빠르게 사업이 추진되는 것을 반기고 있다.
반면 일부 주민들은 공공이 토지를 수용해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에 반감을 드러내고 현금청산 등의 보상 원칙을 두고도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2·4 대책을 발표하면서 투기 차단을 위해 대책 발표일 이후 부동산 취득자에게는 입주권을 주지 않고 현금청산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어느 지역에서 공공 정비사업이 진행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현금청산 방침을 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고, 이에 입법 과정에서 국회 본회의 의결일인 작년 6월 29일 이후로 이 기준 시점이 다소 늦춰다. 그러나 현금청산 우려에 해당지역의 주택거래가 얼어붙자 재산권 행사가 어려워진 주민들의 불만은 여전한 상황이다.
보상금·분담금 등 문제도 민감해 모든 주민을 만족시키긴 어렵다.
작년 4월 후보지로 선정된 서울 강북구 삼양역 북측구역의 경우 최근 보상금 책정 이후 주민들이 생각보다 보상금이 적다면서 찬성 동의서를 모두 회수하고 사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3080공공주도반대전국연합'(공반연)에 따르면 도심복합사업 후보지 76곳 가운데 절반이 훌쩍 넘는 40여곳에서 사업 추진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후보지 지정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공반연 관계자는 "살던 집을 부수고 아파트를 짓는 재개발을 원치 않는 주민부터 처음엔 솔깃했다가 자세한 내용을 한 뒤 반대로 돌아선 주민까지 반대 이유도 다양하다"며 "특히 현금청산 방침 때문에 개발에 반대한 주민들이 떠나고 싶어도 집이 안 팔려 떠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 큰 문제"라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2·4 대책 시행 1년 만에 정책의 성패를 따지기는 적절치 않지만, 사업 추진 과정에서 주민 반발이나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설명이 부족했던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계획을 발표하고 추진하면서 주민 가운데서는 아직도 자신이 현금청산 대상인지 아닌지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라도 사업과 관련한 자세한 내용을 충분히 주민들에게 설명하고 지자체와 협조할 것은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인 경인여대 서진형 교수는 "정부가 공급 신호를 주려 노력했지만, 공공 주도형 공급 계획이 실제 효과를 거두려면 만만치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주민 동의 확보가 숙제로 남았고, 지구 지정이 된다고 해도 현금청산 문제 등으로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소송전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서 교수는 "정권 말기에 사업이 추진되다 보니 정책의 연속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 더 일찍 이 대책이 나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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