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 대기업들도 가세…자율 좌석·거점 오피스 열풍

입력 2022-01-30 09:00
보수적 대기업들도 가세…자율 좌석·거점 오피스 열풍

재택·사무실 장점 합친 '하이브리드' 유연 근무 확산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기자 = 스타트업이나 IT(정보기술) 회사들에 비해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제조업 기반 주요 대기업에서도 일하는 문화를 바꾸는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유연한 근무 형태에 대한 직원들의 수요가 갈수록 증가하는 가운데 재택근무뿐만 아니라 자율 좌석제, 거점 오피스 등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는 재택근무와 사옥 출근의 장점을 혼합한 거점 오피스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또한 사내에 위치한 카페나 도서관 등에 자율 근무 구역을 만들기로 했다.

거점 오피스는 회사가 주요 거점별로 만든 근무 장소로, 재택근무와 사무실 근무의 장점을 혼합한 '하이브리드형'이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시행해 본 결과 출퇴근 시간 부담이 줄어든다는 장점 등이 확인됐지만 업무 인프라 등 환경은 사무실보다 떨어진다는 문제점도 제기됐다.

이에 따라 집에서 멀지 않으면서 업무에는 잘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거점 오피스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자율 근무존 또는 자율 좌석제 역시 사옥에는 출근하되 원하는 장소에서 일하는 것으로, '어디에 있든 일만 잘하면 된다'는 실용주의가 반영된 근무 형태다.

앞서 다른 주요 대기업이 거점 오피스 등을 먼저 도입한 가운데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도 가세함에 따라 앞으로 재계 전반으로 거점 오피스가 더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자동차[005380]는 지난해 6월부터 서울 종로구 계동사옥, 용산구 원효로사옥, 동작구 대방사옥, 강동구 성내사옥, 인천 부평구 삼산사옥, 경기 안양사옥과 의왕연구소 등에 거점 오피스 '에이치-워크 스테이션'(H-Work Station)을 열고 운영 중이다.

양재동 본사나 남양 연구소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집 주변 거점 오피스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거점 오피스에는 휴식 공간도 갖춰져 있으며, 좌석은 자유롭게 예약·선택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거점(위성) 오피스를 만들어 그곳으로 출근해 일하도록 출퇴근 시간을 단축해 효율성을 높이는 데 동의한다"고 밝힌 뒤 거점 오피스가 본격 도입됐다.



SK그룹은 전 관계사들이 여러 형태의 유연 근무제도를 시행하고 있어 대기업 중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적으로 SK이노베이션[096770]의 경우 2019년 자율 좌석제를 도입했다. 직원들이 SK서린사옥 사무실로 출근하기 전 미리 원하는 좌석을 예약하며, 소속 회사나 조직 구분 없이 자리를 선택할 수 있다.

임원의 경우 집무실을 쓰되 크기를 기존보다 3분의 1 규모로 축소했다. 또한 SK이노베이션 계열 회사는 권장 근무시간(오전 10시∼오후 3시)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에는 자율 근무가 가능하다.

포스코그룹 역시 지난해 말부터 서울 여의도와 을지로에 그룹사 직원들이 공유하는 거점 오피스를 운영하고 있다.

LG전자[066570]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직원들이 회사 밖 공간에서 자유롭게 근무하도록 하는 '리모트 워크'를 부분적으로 시행 중이며 LG이노텍[011070]과 LG디스플레이[034220]도 거점 오피스를 두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스타트업이나 IT, 유통 기업에서 먼저 시작된 다양한 유연 근무가 제조 대기업들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며 "이는 전자, 자동차, 철강, 정유 등 제조업 기반 대기업들은 보수적이고 트렌드에 뒤떨어진다는 기존의 이미지를 벗고 새롭게 탈바꿈하려는 기업문화 개선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유연 근무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인 편이지만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출근해 사무실 내 지정석에 앉고 대면 소통을 하는 기존 근무 형태에 익숙한 중장년 임원들에게는 다소 낯선 데다 업무 특성상 유연 근무를 할 수 없는 부서 소속 직원들에게는 일종의 역차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는 "거점 오피스, 자율 좌석 근무가 가능한 부서는 일부이고 특히 현장 생산직 직원들에게는 다른 세상 이야기"라는 등의 의견도 적지 않다.

기업 입장에서는 거점 오피스 등 새로운 인프라를 마련해 유지하는 비용 부담도 생긴다.

대기업 관계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근무 형태의 다변화는 필연적인 흐름"이라며 "유연 근무 제도를 시행하면서 여러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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