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엄마 집단 성폭행 후 대낮 구경거리 만든 뉴델리 주민
경찰, 남녀 용의자 11명 체포…델리 주총리 "수치스러운 일" 개탄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20대 초반의 유부녀가 집단 성폭행당한 뒤 대낮 거리에서 구경거리로 망신당한 일이 발생해 남녀 용의자 11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현지 언론은 경찰을 인용해 최근 뉴델리 동부 샤다라 지역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에 대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영상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 샤다라 지역에서는 한 젊은 여성(21)이 다른 여성 등에 의해 밀쳐지고 이끌리면서 거리를 걸었다.
이 여성의 얼굴엔 검은색 잉크가 칠해졌고 머리카락은 잘린 상황이었다. 옷도 일부 찢겼고 목에는 슬리퍼가 엮인 줄이 걸렸다.
유부녀로 두살짜리 아이도 있는 이 여성은 앞서 납치된 후 집단 성폭행까지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이 여성이 남성들로부터 성폭행당할 때 다른 여성들이 범행을 도운 것으로 보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한 남성이 이 여성에게 여러 번 구애했다가 거절당한 후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자 남성의 가족이 '보복'에 나서면서 이번 사건이 발생했다.
뉴델리 경찰 총경인 R. 사티야순다람은 IANS통신에 이번 사건은 이웃 사이에서 발생한 이전 원한 때문에 빚어졌다고 말했다.
사티야순다람 총경은 "체포된 11명 중에는 9명이 한 가족 출신"이라며 "이 9명 중 7명은 여성"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영상 등을 살펴보며 추가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관련자들을 더 체포할 방침이다.
피해 여성은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아르빈드 케지리왈 델리 주총리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매우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개탄했다.
케지리왈 주총리는 "범죄자들이 어떻게 그렇게 큰 용기를 얻었는지 모르겠다"며 "주정부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번 범죄에 가담한 이들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도에서는 2012년 '뉴델리 여대생 버스 성폭행·살해 사건' 발생 후 성폭력 근절 목소리가 커지고 처벌도 강화됐지만, 관련 범죄는 줄어들지 않는 실정이다.
사회 전반을 지배하는 보수적인 문화 때문에 일상 속 여성의 권리나 존엄성은 자주 무시되며 언어 폭력도 종종 발생한다.
지난달 한 지방 중견 의원은 의회에서 "성폭행 피해가 불가피할 때는 누워서 즐기라는 말이 있다"고 발언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공식 사과하기도 했다.
인도국가범죄기록국에 따르면 2020년 한해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폭행 사건은 2만8천 건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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