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뉴델리 600일 넘게 '팬데믹 휴교'…가난한 학생 타격
컴퓨터·스마트폰 없어 온라인 수업 못받아
(서울=연합뉴스) 최수호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뒤 인도 뉴델리의 가난한 집 학생들이 600일 넘게 수업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CNN방송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뉴델리 주정부는 전국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기 시작한 2020년 3월 임시로 휴교령을 내렸다.
1년이 지난 작년 초 학교 문을 다시 열었지만 그해 4월 2차 대유행이 시작하자 다시 휴교했다.
이후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돼 작년 11월 다시 휴교령을 해제했지만 이번엔 심각한 대기 오염 문제로 한 달 뒤인 12월에 학교 문을 또 걸어 잠가야 했다.
휴교 조치는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이 겹치면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2020년 3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82주간(574일) 대면 수업을 금지했다.
이는 83주 동안 대면 수업을 제한한 우간다에 이어 2번째로 길다.
인도에서는 휴교령은 주 정부의 권한이어서 기간이 전국적으로 같지 않아 뉴델리의 경우 600일 넘게 휴교한 곳도 있다.
이 방송은 사실상 '강제 휴교'로 이들 빈곤층 학생들이 교육 사각지대에 방치돼 버렸다고 전했다.
실제 뉴델리 지역 학생 400여만 명 가운데 저소득층 가구 학생 수십만 명은 화상 수업에 필요한 컴퓨터를 살 형편이 안돼 대면 수업이 중단되면 제대로 된 학교 수업을 받지 못하고 있다.
화상으로 수업을 듣더라도 600일이 넘는 긴 휴교령에 또래 친구나 교사 등을 만나지 못해 사회성 발달 등 측면에서도 악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6살 된 아들을 둔 다리니 마투르는 "아들은 유치원생이던 4살 때부터 온라인으로 수업을 받았으며 단 한 번도 선생님이나 친구를 만날 수 없었다"며 "지금껏 또래 아이와 상호작용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런 까닭에 그는 작년 8월 주정부에 아이가 등교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진정을 제기했다.
뉴델리 주정부 당국자들은 이런 민원이 쇄도하자 27일 대면 수업 재개를 놓고 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주말 통행금지 해제와 관공서 개방 등은 허용하기로 했지만, 휴교령은 유지하기로 했다.
비영리 단체 '티치 포 인디아' 설립자 섀힌 미스트리는 "휴교령의 가장 명백한 영향은 학습 손실이다"라며 "많은 아이가 학교 급식에 의존하는 까닭에 영양 문제도 큰 걱정거리다"라고 우려했다.
실제 현지 NGO가 지난해 1천400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인도 시골에 거주하는 어린이의 8%만이 정기적으로 온라인 수업을 받고, 37%는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없어 전혀 교육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CNN은 뉴델리의 반복적이고 긴 휴교령은 향후 빈곤 증가, 소득 감소 등으로 이어지고 수백만 명의 학생에게 정신·육체적 스트레스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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