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경찰, 작년 여름 체포된 前 미 대사관 직원 '마약사건' 공개
유죄 시 최대 징역 20년…당사자는 "의료용으로 의사 처방받은 마리화나"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우크라이나 위기로 인한 미국과 러시아 간 긴장이 최고로 고조된 와중에 러시아 경찰이 지난해 자국 공항에서 마약 소지 혐의로 체포된 미국인 사건을 공개하며 미국에 압박을 가했다.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내무부(경찰청)는 27일(현지시간) 지난해 여름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다 체포된 미국인 마크 포겔 사건을 상세히 공개했다.
내무부는 수사관들이 대규모 마약 밀거래 및 보관 혐의로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 전(前) 직원 포겔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내무부는 "미국인 포겔이 체포돼 대규모 마약 밀거래 및 보관 혐의에 대한 조사를 받고 있다"면서 "그가 미 대사관에 숨을 수 있기 때문에 (모스크바 북부) 힘키 시법원이 그에 대한 구속을 허가했다"고 설명했다.
현지 수사당국에 따르면 모스크바의 미국 학교 앵글로아메리칸스쿨 교사였던 포겔은 지난해 여름 아내와 함께 뉴욕에서 모스크바로 돌아오다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 세관에서 체포됐다.
수색견이 그의 짐에서 마리화나와 마리화나 성분이 포함된 해시오일(hash oil)을 찾아냈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당국은 마리화나는 콘택트렌즈 통에 분리돼 포장돼 있었고, 해시 오일은 전자담배 카트리지에 들어있었다면서 마약이 아주 교묘하게 포장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내무부는 "포겔이 모스크바의 앵글로아메리칸스쿨 교사 신분이고 그전에는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일했던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지난해 5월까지 부인과 함께 외교관 신분을 유지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수사당국은 포겔이 외교관 신분을 이용해 학교에서 판매할 목적으로 마약을 들여왔을 수 있다고 보고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공범들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겔은 그러나 조사에서 마리화나가 의료용이며, 미국 의사들이 자신에게 처방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현재 모스크바 구치소에 수감돼 있으며,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될 경우 최대 20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여름 발생했으나 러시아 당국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과 러시아 간 갈등이 무력 충돌 위기로까지 치닫는 와중에 전격적으로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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