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현장] "검사안받고 감염시키면 법적책임" 한줄의 위력?
올림픽 목전 '코로나 경보' 내려진 베이징 전수검사소에 끝없는 행렬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기자는 27일 오후 중국 베이징시 차오양(朝陽)구의 한 임시 코로나19 검사소에서 이른바 '전수 검사'의 일환으로 코로나19 핵산(PCR) 검사를 받았다. 동계올림픽 개막(2월4일)이 8일 앞으로 다가온 베이징의 코로나19 방역 '최전선'을 피검사자 신분으로 자연스럽게 관찰하게 됐다.
한동안 코로나19 '청정지대'로 분류됐던 베이징에서 지난 15일 오미크론 변이 확진 사례가 처음 확인된 뒤 감염자가 속속 나오자 전 도시에 '경계령'이 내려지면서 시내 일부 지역에서 주민 전수검사가 실시되고 있다.
전날 밤 귀갓길에 아파트 엘리베이터 내부 벽에 붙어있던 '전원 핵산검사 통지'를 보고 찾아간 검사소 주변에는 검사를 기다리는 시민들의 줄이 족히 100m는 되어 보였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회사에서 달려온 직장인, 유니폼을 입고 있는 음식배달 서비스 직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영하 1∼2도의 추위 속에 저마다 스마트폰을 검색하거나 함께 온 지인들과 한담을 나누며 검사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현장 방역 요원들 안내에 따라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한 뒤 신상 정보를 기입해 제출하니 일련번호가 적힌 바코드가 떴고, 그로부터 40여 분을 기다려 검사를 받았다.
기다린 시간에 비해 검사 과정은 매우 짧았다. 현장의 검사 요원들은 5명 정도 단위로 피검사자의 일련번호를 기입한 뒤 각 피검자의 목젖에 검사 도구를 집어넣었다 빼는 방식으로 신속하게 검체를 채취했다.
결과는 언제 나오느냐고 물으니 방역 요원은 "24시간 후"라고 답했다.
현장의 한 검사 대기자에게 외국인임을 밝히고 '검사를 받지 않으면 모종의 벌칙이 있느냐'고 물으니 "받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같은 질문에 방역 요원은 "검사는 강제적인 것이 아니라 자원해서 받는 것이다. 주민들에게 무료로 검사받을 기회를 주기 위해서 실시하는 검사"라고 답했다. 특히 방역 요원은 '복지'라는 뜻의 중국어 '푸리(福利)'를 두어 번 언급하며 강조했다.
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코로나19 감염자가 계속 나오고 있어 방역 태세가 상향 조정됐다고는 하지만 전날 하루 5명의 신규 확진 사례가 보고된 베이징의 상황은 서울, 도쿄 등 다른 아시아 국가와 비교할 바가 아니다.
그런 터에 '강제'는 아니라는 전수 검사에 수많은 사람이 생업을 잠시 접고 참여하도록 만든 힘이 무엇일까 생각하다 전날 찍어둔 전원 검사 공지문의 사진을 다시 자세히 살펴보니 마지막 대목에서 의문이 조금은 풀리는 듯했다.
"만약 받아야 하는 검사를 받지 않은 채 감염을 일으킨 사람에 대해서는 상응하는 법률상 책임을 묻겠다."
한자 그대로 직역하면 '깨끗한 제로'로 풀이되는 '칭링(淸零·코로나 제로)'을 내세운 중국의 방역 정책은 '법가(法家)' 전통 계승 측면에서 과거 정권보다 두드러진다는 평가를 받는 현 지도부의 통치 스타일과도 무관치 않아 보였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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