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항공업계 불황?…대한항공은 화물로 '고공비행'
작년 화물 매출, 여객의 6배…화물 수요 증가에 운임까지 급등
영업이익 1조4천644억원 '역대 최대'…직원 휴업 등 영향도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제선 여객 운항이 줄어든 가운데 대한항공[003490]이 화물 사업을 바탕으로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항공 화물 운임 상승과 운송 공급 부족이 겹치는 등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상황에서 화물 사업이 대한항공의 '버팀목'이 된 모습이다.
대한항공은 별도 재무제표 기준 작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15% 증가한 1조4천644억원, 매출은 18% 증가한 8조7천534억으로 잠정집계됐다고 27일 공시했다.
대한항공은 역대 최대 영업이익까지 달성하며 코로나19 여파로 항공업계가 불황이라는 이야기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작년 대한항공의 여객 매출은 전년 대비 45.9% 감소한 1조839억원, 화물 매출은 57.5% 증가한 6조6천948억원을 기록했다. 화물 매출이 여객 매출보다 6배가량 높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대한항공의 여객 매출은 7조7천675억원으로 화물(2조5천574억원)보다 높았다.
화물 매출이 여객 매출을 뛰어넘은 것은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2020년부터다. 2020년 대한항공 여객 매출은 2조52억원, 화물 매출은 4조2천507억원이다.
대한항공 총매출에서 화물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9년 이후 꾸준히 증가했다. 2019년 대한항공 매출 비중은 여객 63%·화물 21%·기타 16%였지만, 2020년에는 여객 27%·화물 57%·기타 16%로 화물 매출이 여객을 역전했다. 작년에는 여객 12%, 화물 76%, 기타 11%다.
대한항공의 화물 매출 증대는 항공 화물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서 항공 화물 운임이 급등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항공 화물 운임지수인 TAC 지수의 작년 12월 홍콩∼북미 노선 운임은 1㎏당 12.72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항공 운임은 작년 6월 7.89달러에서 꾸준히 상승했다.
2019년 12월 3.62달러와 비교하면 2년 만에 항공 화물 운임은 4배가량 올랐다.
물동량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해상 운임이 폭등하자 항공 화물 수요가 증가했고, 그 결과 항공 운임이 급등했다. 선복량(적재공간) 부족과 유가 상승으로 해상 운임이 상승하면서 항공 화물을 찾는 화주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항공 운임 강세 속에 대한항공은 화물 공급을 늘리고 있다.
작년 4분기 대한항공의 화물 운송 공급은 33억2천400만FTK(톤킬로미터·각 항공편 당 수송 톤수에 비행거리를 곱한 것)로 전년 동기보다 11.4% 늘어났다.
대한항공이 사상 최대 영업이익까지 달성했지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평가된다.
대한항공의 흑자는 화물 사업 호조뿐 아니라 인건비 등의 고정비 절감도 더해진 결과로 분석된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직원의 약 50%가량이 휴업하고 있다.
아울러 올해 글로벌 항공사들의 화물 사업 강화로 화물 시장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산업 공급망 문제로 항공 화물량도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작년 11월 항공 화물 증가세가 10월 증가세의 50% 미만으로 떨어지며 주춤했다. 해상 운임이 안정세에 접어들면 항공 운임 역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여객 수요가 살아나야만 항공사들이 코로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며 "여객 수요 회복세가 더딘 상황에서 코로나19 영향을 벗어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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