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MC 충격'에 코스피 흔들…"긴축 불확실성에 변동성 확대"

입력 2022-01-27 16:42
'FOMC 충격'에 코스피 흔들…"긴축 불확실성에 변동성 확대"

"1월 FOMC, 불확실성 해소 미흡"…LG엔솔발 수급도 요인

"연준 긴축 불확실성 해소 관건"…"평가가치상 바닥" 분석도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발 긴축에 대한 우려로 국내 증시가 연일 흔들리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이 시가총액 2위 규모인 118조2천억원으로 증시에 입성하면서 관련 수급 영향도 증시 낙폭을 키웠다.

전문가들은 잇따른 하락으로 국내 증시가 평가 가치(밸류에이션)상 바닥권에 도달했다면서도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 등이 증시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 '매파' FOMC에 국내 증시 '충격'…LG엔솔발 수급 영향도 한몫

27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94.75포인트(3.50%) 내린 2,614.49에 마감하며 2020년 12월 3일(2,696.22) 이후 13개월만에 2,700선이 무너졌다.

코스닥지수는 849.23으로 32.86포인트(3.73%) 급락했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2020년 11월 17일(839.4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코스피와 코스닥지수 모두 잇따른 하락으로 최근 1년간의 상승 폭을 반납한 뒤에도 더 밀리고 있는 양상이다.

이날 증시 충격의 배경에는 간밤에 공개된 미국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가 첫손에 꼽힌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26일(현지시간) 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금리를 인상할 여지가 꽤 많다"고 말해 지속적인 긴축 행보를 예고했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매파적인(통화긴축 선호) FOMC의 영향"이라며 "투자자들이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하면서 변동성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이날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닛케이225)는 3.11% 급락했다. 국내 장 마감 즈음 중국 상하이종합지수(-1.23%), 선전종합지수(-2.18%)도 하락하는 등 아시아 증시 전체적으로 투자 심리가 좋지 않은 모습이었다.

아울러 코스피 급락에는 LG에너지솔루션의 유가증권시장 상장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신규 상장 종목은 상장 후 1거래일이 지난 다음 날에 코스피에 편입되는 만큼 이날 LG에너지솔루션의 하락은 코스피에 반영되지 않는다.

다만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 등이 시총 2위의 LG에너지솔루션을 편입해야 하는 만큼 기관과 외국인의 수급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날 LG에너지솔루션의 거래대금은 8조864억원으로 전체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20조2천530억원)의 약 40%를 차지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006800] 연구원은 "증시 주변부가 불안 심리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 상장으로 패시브 자금(지수 추종 자금)의 매물을 받아줄 수급 주체가 부재한 수급 공백이 국내 증시 낙폭 확대의 결정적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 "연준 긴축 불확실성 여전…변동성 확대 불가피"

전문가들은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기까지 증시의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파월 연준 의장이 올해 남은 FOMC 회의 때마다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향후 데이터와 전망 변화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시장은 네 차례 이상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가격 데이터를 바탕으로 연준의 통화정책 변경 확률을 추산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5회 인상 확률이 전날 31%에서 이날 53%로 급등했다.

변준호 흥국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긴축 입장을 강화할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잔존하는 부담이 있다"며 "긴축 위험에 공급망 해소 시점 지연, 유가 상승 등으로 증시 반등 폭은 제한적이고 변동성은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노동길 연구원도 "통화정책 불안 요소가 완화될 실마리를 당장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추세적 반등은 지연된다"고 예상했다.

LG에너지솔루션 상장에 따른 수급 불안 요인도 남아 있다.

향후 상장지수펀드(ETF)의 자산 재조정(리밸런싱), 코스피200 편입 등의 수급 이벤트를 소화해야 하는 만큼 패시브 자금이 덜어내야 할 다른 대형주 등은 약세를 이어갈 수 있다.



다만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국내 증시가 이미 바닥에 가까워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영증권[001720]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날 종가 기준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9.78배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저 수준이다.

과거 실적을 기반으로 한 12개월 후행 PER은 11배 수준까지 급락한 상황이다. 2003년 이후로 봤을 때 이 수준은 거시적인 위험이 부각된 2018년 미·중 무역분쟁,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등 네 차례밖에 없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금 코스피의 가격대는 밸류에이션으로도 역사적 최저 수준이며 가격 거품은 완전히 사라진 상태"라며 "국내 주식시장의 하락은 밸류에이션으로 보면 7부 능선까지 진행됐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의 조정은 3월 반등장을 대비하며 견뎌 나가는 구간이 될 것으로 본다"며 "연준의 긴축이 조금 누그러지고 공급망 교란이 정상화되는 지점이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상영 연구원은 "경기 침체가 재개되지 않으면 주식시장이 무너진 적은 없다"며 "밸류에이션이 정상화돼 왔던 점을 생각해야 할 시기이며 실적이 견고한 종목군의 밸류에이션을 검토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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