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려 나간 개구리 다리 18개월 만에 완벽에 가깝게 재생
발톱까지 나오며 정상 기능…약제로 흉터 형성 대신 재생 촉발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잘려 나간 개구리 다리를 완벽에 가깝게 재생한 실험 결과가 나와 포유류 적용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이전에도 개구리 다리를 재생한 결과가 발표되기는 했으나 형태나 기능 등이 정상적인 다리에는 크게 못 미쳤다.
미국 터프츠대학교에 따르면 '앨런 디스커버리 센터'의 마이클 레빈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아프리카발톱개구리 다리의 절단 부위를 실리콘 막으로 감싸고 혼합 약제를 이용해 다리를 재생한 과정을 과학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바이오돔'(BioDome)이라고 이름을 붙인 실리콘 막 안에 5종의 약이 든 비단실단백질(silk protein) 젤을 담아 다리 절단 부위를 감쌌다.
이 약들은 염증을 가라앉히고 상처를 아물게 하는 콜라젠 생성을 억제하며 신경섬유와 혈관, 근육 등의 성장을 촉진하는 등의 약효를 갖고 있어, 절단 부위의 상처가 반흔(흉터) 조직으로 아무는 대신 재생 과정을 시작하도록 국소적 환경과 신호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설명됐다.
대부분의 동물은 상처가 생기면 반흔 조직으로 덮이며 출혈이 멈추고 감염을 예방하는데, 이런 자연적 과정을 억제하고 재생과정을 시작하도록 유도했다는 것이다.
바이오돔은 24시간 적용됐으며 이후 18개월에 걸쳐 재생과정이 진행됐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실험대상 개구리 중 상당수에서 다리 조직이 극적으로 성장하며 완벽에 가까운 기능을 하는 것을 확인했다.
재생된 개구리 다리는 정상 다리와 비슷한 뼈 구조를 가졌으며 다리 끝에서는 발가락도 자랐다. 또 빳빳한 섬유를 이용한 자극에도 반응하고 헤엄을 칠 때도 정상적인 다리처럼 움직였다.
논문 제1 저자인 니로샤 무루간 박사는 "우리가 선택한 약제들이 거의 완벽에 가깝게 다리를 다시 만들어낸 것을 보게 돼 흥미롭다"면서 "이 약제에 잠깐 노출하는 것만으로 수개월에 걸친 재생 과정이 시작됐다는 사실은 개구리와 다른 동물들이 촉발될 수 있는 잠재적 재생능력을 갖고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했다.
연구팀은 도롱뇽이나 게 등 자연 재생 능력을 갖춘 동물들이 수중 생활을 하면서 신체의 일부가 잘려 나가면 상처 부위에 '재생아'(再生牙)라는 줄기세포 덩어리를 형성하고 24시간 이내에 피부세포로 덮어 재건 조직을 보호하는데 착안해 바이오돔을 만들어냈다.
논문 공동 저자인 데이비드 카플란 터프츠대 교수는 이와 관련, "다리 절단 뒤 24시간 동안 바이오돔을 적용한 것은 양막 효과를 모방한 것이며, 이는 올바른 혼합 약제와 함께 반흔조직의 개입 없이 재생 과정이 진행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레빈 교수 연구팀은 앞서 지난 2018년에 이뤄진 연구에서 바이오돔에 '프로게스테론'이라는 단일 약제만 주입하고 실험을 진행해 개구리 다리를 만들어내기는 했으나 형태나 기능이 정상적인 다리에는 크게 못 미쳤다.
연구팀은 5종의 혼합 약제는 완벽한 기능을 갖춘 개구리 다리 재생을 향한 중요한 이정표로, 약제와 성장변수 등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기능과 형태적으로 더 완벽한 다리 재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했다.
레빈 교수는 "바이오돔에 올바른 약제를 넣고 상처를 덮어 액체 상태의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재생 과정을 시작하는데 필요한 첫 신호를 제공할 수 있다"면서 "이번 재생 처치를 포유류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를 시험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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