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동결? 여행제한?…푸틴 개인제재안 실효성 있을까
"푸틴 꿈쩍 않을 것…핵심 측근 제재하는 게 더 효과적"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끝내 침공할 경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직접 제재할 수 있다고 서방 지도자가 으름장을 놓고 있지만, 그 실효성에 의문이 일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5일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면 푸틴 대통령을 개인적으로 제재하는 것을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그걸 보게 될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부 장관도 26일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을 겨냥한 제재 가능성에 관한 질문을 받고 "우리는 아무것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해 푸틴에 대한 개인 제재 가능성을 열어놨다.
NYT는 그러나 서방의 이 같은 구상과 관련, '개인적이라는 건 어느 정도로 개인적일까?'(how personal is personal?)라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바이든 대통령이 언급한 조치가 정확히 무엇인지 불분명하지만, 개인 제재는 자산 동결이나 여행 제한 등이 될 수 있다고 NYT는 관측했다. 문제는 이 같은 제재가 푸틴에게 중요하냐는 것이다.
과거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크림반도를 병합하고,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하자 푸틴 대통령을 직접 제재하는 방안을 저울질했으나, 백악관은 당시 이 같은 방안에 반대했다.
미러 양국 대통령이 직접 충돌하는 것처럼 비칠 경우 푸틴 대통령이 이를 통해 이득을 얻을 것이라는 우려에서였다.
푸틴 대통령은 막대한 개인 재산을 축적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그의 재산이 미국에 있을 가능성이 희박한 것도 푸틴에 대한 개인 제재의 실효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영국 싱크탱크인 왕립국제문제연구소(채텀하우스)의 제임스 닉시 러시아·유라시아 프로그램 국장은 푸틴의 재산은 미국뿐 아니라 러시아 내부에서도 잘 은닉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푸틴의 사적 재산의 많은 부분은 그의 측근이 소유하거나 보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흑해의 초호화 별장이 푸틴 소유라는 논란이 최근 불거졌을 때 러시아 억만장자인 아르카디 로텐베르크는 자신이 소유주라고 전면에 나선 바 있다.
아울러 미국 관료들은 러시아가 지난 몇 년 간 제재로부터 그들의 재산을 지키는 데 보다 능숙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여행 금지 조치 역시 효과가 제한적이긴 마찬가지라고 NYT는 분석했다.
미 워싱턴에 위치한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제프리 쇼트 선임연구원은 "(여행 제재로)푸틴이 디즈니랜드에서 휴가를 보내는 것을 막을 수는 있을 것"이라며 이런 조치가 어떤 것도 사실상 바꿀 수 없다고 강조했다.
쇼트 연구원은 "이 같은 종류의 조치는 과거 주요 적수가 아닌, 2류, 3류, 4류 권력자들을 상대로 취해졌다. 왜냐면 주요 상대와는 여전히 협상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푸틴과 같은 지도자들을 직접 제재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닉시 국장은 푸틴의 주변, 이른바 그의 '이너 서클'을 겨냥하는 것이 좀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해외에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확실한 푸틴의 측근 상당수는 해외로 빈번히 여행하고, 쇼핑하며, 그들의 자녀들은 러시아 바깥에서 학교를 다니고 생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닉시 국장은 "푸틴의 핵심 측근들이 그들이 영위하고자 하는 삶을 살지 못하면 종국에는 푸틴에게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까지 이 집단에 대한 제재는 혹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러시아의 거대 에너지 기업이나 은행을 겨냥한 제재도 거론되고 있으나, 이 같은 제재는 효과는 더 크겠지만 러시아에서 천연가스 3분의 1을 공급받는 유럽이 더 큰 고통을 느끼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핀란드 국제문제연구소의 마리나 샤기나 객원연구원은 "문제는 미국과 유럽이 이런 대가를 감내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라고 말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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