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우크라 위기 속 이탈리아 재계와 경제협력 강화 논의
伊 주요 16개 대기업 CEO와 화상회의…에너지 이슈도 언급
(모스크바·로마=연합뉴스) 유철종 전성훈 특파원 = 우크라이나 위기가 지속하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재계와 화상 회의를 하고 양국 간 경제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시간 30분가량 진행된 이날 회의에는 이탈리아 최대 에너지 기업 에넬(Enel)과 양대 은행 인테사 산파올로·우니크레디트, 보험사 제네랄리 등 16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회의에서 러시아와 이탈리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와중에도 상당히 높은 수준의 경제 협력을 유지했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작년 양국의 전체 교역액이 전년 대비 크게 늘어 3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며 구체적인 수치도 제시했다.
그는 "우리는 이탈리아를 가장 중요한 경제파트너 가운데 하나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면서 특히 금융권을 포함한 이탈리아 기업들이 러시아의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음을 높이 평가했다.
아울러 이탈리아 에너지 기업들 역시 러시아 국영가스업체인 가즈프롬과의 장기 공급계약으로 유럽 시장가격보다 훨씬 싼 가격에 가스를 들여오는 등 이득을 보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에 따르면 가스프롬이 작년 이탈리아에 공급한 천연가스 규모는 227억㎥로 전년(208㎥) 대비 10% 가까이 증가했다.
현재 러시아에는 전력·철강·석유화학·헬기 제작·첨단 기술·농업·교통 인프라·금융·보험 등 여러 분야에서 500여 개의 이탈리아 기업이 진출해 사업하고 있다. 러시아의 북극 가스전 개발 사업에 참여한 이탈리아 기업 수만도 60여 개에 달한다.
이탈리아의 대러 투자액은 약 50억 달러, 러시아의 대이탈리아 투자는 약 30억 달러다. 이탈리아는 러시아의 다섯번째 교역국이기도 하다.
회의는 예정된 시간을 넘겨 매우 우호적이고 건설적인 방향으로 진행됐으며, 우크라이나 사태나 이탈리아 국내 정치 등과 같은 민감한 주제는 언급되지 않았다고 주최 기관인 이탈리아-러시아 상공회의소(CCIR) 측은 전했다.
앞서 이탈리아 정부는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기 등을 이유로 재계에 회의 참석 자제를 요청했으나 회의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lu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