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보험금 미지급' 삼성생명, 기관경고 중징계…1년 신사업 중단(종합2보)
금융위, 2019년 종합검사 결과 제재 의결…과징금 1억5천500만원 부과
계열사에 보상금 미청구, 부당지원 아니라고 판단…118억원 과징금 모면
금감원, 기관경고·임직원 제재 예정…의결 지연되며 '삼성 봐주기' 논란도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암 입원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삼성생명[032830]에 대한 중징계안이 지연 끝에 1년 2개월 만에 확정됐다.
26일 금융위원회의 의결로 과징금 부과와 앞서 금융감독원에서 결정된 기관경고 제재가 확정돼 삼성생명과 그 자회사는 앞으로 1년간 신(新)사업에 진출할 수 없게 된다.
삼성생명은 제재 결과에 대해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서를 보고 향후 대응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 "암 입원보험금 지급 거절, 약관 어긴 것…보험업법 위반"
금융위원회는 26일 제2차 정례회의에서 삼성생명 종합검사 결과를 심의해 암 입원보험금 지급 거절이 보험업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 과징금 1억5천500만원 부과를 의결했다.
삼성생명에 대한 기관경고 중징계는 앞서 2020년 금감원 단계에서 결정됐지만, 금융위의 이날 의결에 따라 종합검사 결과에 대한 전체적인 제재 수위가 확정됐다.
금융위는 삼성생명이 암 입원보험금 청구 496건에 대해 지급을 거절한 것은 약관을 따르지 않아 보험업법을 위반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앞서 금감원은 종합검사에서 관련 사례로 519건을 지적했다.
과거 삼성생명은 암 환자들의 요양병원 입원이 '암의 직접적인 치료'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암 입원보험금 지급을 일률적으로 거절했다. 이 과정에서 의료 자문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
금감원과 금융위 모두 의사의 진단·처방에 따른 치료를 위해 요양병원에 입원한 가입자들에게 입원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약관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또다른 주요 지적 사항인 '계열사 부당지원'에 대해 금융위는 보험업법 위반이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다.
앞서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은 삼성생명이 삼성SDS에 계약 이행 지체 보상금을 청구하지 않아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했다고 지적하고, 과징금 118억원 부과안을 결정했으나 금융위는 달리 판단, '조치명령'으로 제재 수위를 낮췄다.
이에 따라 대주주 부당지원과 관련한 과징금과 인사 제재는 없어졌다.
금융위는 대주주 등 외주업체와 용역계약·검수업무 처리, 지체상금 청구 등이 적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업무처리 절차와 기준을 마련·개선하고, 삼성SDS와 체결한 용역계약의 지체상금 처리방안을 마련해 이사회에 보고하고 이행하라고 주문했다.
◇ "징계 의결 지연으로 삼성생명·금융당국 모두 타격"
금융위는 삼성생명에 대한 과징금 부과와 조치명령을 통보하고, 금감원은 금감원장에 위임된 기관경고 제재와 임직원 제재를 시행할 예정이다.
기관경고 제재에 따라 삼성생명은 제재 조치일로부터 1년간 신사업에 진출할 수 없다. 삼성카드 등 자회사도 마찬가지다.
삼성생명은 금융위의 제재 의결 후 "금감원의 검사 결과서를 보고 향후 대응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라며 수용 여부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삼성생명이 수용하지 않는다면 결과서를 수령한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행정소송을 낼 수 있다. 금융당국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으나 장기간 심의를 거친 결정임을 고려할 때 이의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사실상 거의 없다.
2020년 12월 초 금감원 제재심에서 의결된 삼성생명 중징계안이 금융위에서 확정되기까지는 13개월이 넘게 걸렸다.
삼성생명과 자회사는 제재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2020년부터 현재까지 신사업 진출이 차단됐다. 카드업계에서 삼성카드가 유일하게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을 전개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만약 제재 의결에 장기간이 소요되지 않았다면 삼성생명 등의 신사업 제한이 이미 풀렸을 수도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삼성생명은 암 입원보험금만으로도 기관경고 징계를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결과론적 얘기지만 삼성생명이 일부 지적 사항에 대해서만 징계 수위를 낮췄을 뿐 실익은 얻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고 전했다.
제재 의결이 지연되며 금융당국도 타격을 입었다.
국회와 진보 성향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삼성생명 봐주기' 의혹이 제기됐으며, 금융위와 금감원의 갈등설도 흘러나왔다.
만약 이날 금융위가 암 입원보험금에 대해서도 보험업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면, 금감원의 기관경고 중징계 자체를 재검토해야 해 혼란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었다. 실제로 금융위가 법령해석 심의위를 열어 '의료 자문을 거치지 않고 보험금 지급을 거절해도 약관 위반이 아니다'라는 해석을 받아내자, 삼성생명을 봐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여러 가지 법적인 이슈가 많아 검토에 시간이 걸린 것"이라며 '봐주기' 논란을 일축했다.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금감원의 '먼지털기식' 종합검사의 문제점이 드러난 것이라는 해석도 내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감원 종합검사 지적사항과 제재안 중 상당 부분에 대해 금융위에서 다른 결론이 나왔다"며 "윤석헌 전 금감원장이 부활한 종합검사의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작년 8월 취임한 정은보 금감원장은 '시장과 소통'을 강조하며 종합검사를 포함한 검사체계 '수술'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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