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 송전설비, 한전이 먼저 투자하고 사업자로부터 회수
산업부 관련 고시 개정해 사업추진 속도…한전은 부담 커질 듯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해상풍력 사업자의 초기 투자 부담을 완화하고 송전망을 적기에 연계하기 위해 한국전력(한전)이 관련 송전설비 구축에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제도가 시행된다.
재생에너지 보급 촉진에는 도움이 될 전망이지만, 가뜩이나 경영이 악화한 한전에 또 다른 부담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해상풍력 공동접속설비 구축을 위한 한전의 선(先)투자 제도를 시행한다고 26일 밝혔다.
이 제도는 해상풍력 발전단지에서 생산한 전력을 공용 송전망에 연계하는 공동접속설비를 송전사업자인 한전 비용으로 건설하고, 해상풍력 사업자에게 해당 비용을 이용 기간에 회수하는 것이다.
공동접속설비는 다수의 고객이 계통연계를 위해 공동으로 이용하는 접속선로를 말한다.
기존에는 송배전용 전기설비 이용 규정에 따라 공동접속설비는 발전사업자가 비용을 부담해 건설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그러나 해상풍력 사업자의 초기 투자 부담이 크고 건설 리스크가 발생한다는 문제가 있어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돼왔다.
이에 산업부는 이날 전력계통 신뢰도 및 전기품질 유지기준(고시)을 개정해 송전사업자의 선투자 근거를 마련했다.
제도 도입에 따라 발전사업자의 초기 투자 부담 완화, 대규모 발전단지 활성화, 민간참여 확대 등의 효과가 생겨 해상풍력 보급 촉진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기존의 개별적인 접속설비 구축에 따른 국토의 난개발을 방지하고 전력설비 건설을 최소화함으로써 주민 수용성이 높아져 신속한 사업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정부는 기대했다.
공동접속설비 선투자는 건설비용의 경제성과 전력설비에 대한 주민 수용성 등을 고려해 발전설비용량이 2천㎿(메가와트) 이상인 해상풍력 집적화단지에 우선 적용하도록 했다.
발전설비용량이 1천㎿를 초과하는 해상풍력 단지에 대해서는 공동접속설비 선투자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전기위원회 심의를 거쳐 대상으로 선정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집적화단지로 지정된 해상풍력 발전단지는 2.4GW(기가와트) 규모의 전북 서남권 해상풍력으로, 선투자 제도의 첫 번째 수혜 사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집적화단지 지정 신청을 준비 중인 전남 신안,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 등이 실제 지정되면 대단위 해상풍력 사업에는 선투자 제도가 거의 모두 적용될 전망이다.
다만 선투자 제도가 경영 악화를 겪고 있는 한전에는 부담이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향후 해상풍력 사업이 좌초되거나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할 경우 한전이 이미 투자한 비용을 전부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결국 한전의 경영난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보급에 따라 언젠가는 해야 하는 송전망 확대 투자를 선제적으로 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라며 "한전이 비용 부담을 어떤 식으로 할지, 비용 회수를 100% 하지 못할 시에는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해선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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