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GM과 추가 합작공장 설립…미국서 잘 나가는 'K-배터리'
"2025년 이후 美 전기차의 절반 이상이 LG 배터리 탑재" 전망도
美전기차 가파른 성장…LG·SK·삼성에 완성차업계 러브콜 쇄도
"K-배터리, 2025년까지 미국 내 설비 비중 10→70%로 대폭 확대"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기자 =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최대 자동차 회사 제네럴모터스(GM)와 전기차 배터리 합작 공장을 추가로 건설하기로 하면서 미국 시장에서 한국 배터리사들의 영향력이 더욱 막강해졌다.
전기차에 우호적인 미국 시장의 환경에 힘입어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해 SK이노베이션[096770], 삼성SDI[006400] 등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앞다퉈 미국의 주요 완성차 업체들과 협업해 배터리 생산 능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6일 GM과 미시간주에 전기차 배터리 제3 합작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제3공장의 총 투자액은 약 3조원(26억달러) 규모로, 올해 착공을 시작해 2024년 하반기 준공할 예정이다.
제3공장의 생산 규모는 연 50GWh를 목표로 한다. 이는 1회 충전시 500㎞ 이상 주행이 가능한 고성능 전기차 약 70만대에 탑재할 수 있는 물량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GM과 함께 오하이오주에 제1공장, 테네시주에 제2공장을 건설 중이다. 1·2공장의 생산 능력은 연 35GWh로, 내년에 양산을 시작해 생산 능력을 단계적으로 늘려갈 계획이다.
또한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미시간주에 자체 공장(5GWh)을 두고 있고, 북미 3대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와도 연간 40GWh의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하고 현재 후보지를 검토 중이다.
기존 공장과 설립 예정인 합작 공장을 합치면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 이후 미국에서만 160GWh∼215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 능력을 갖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SK증권[001510]은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완성차 업체들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라며 "2025년 이후 미국에서 판매되는 전기차의 절반에 가까운 2∼3대 중 1대는 LG 배터리를 장착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북미 전기차 시장은 전 세계에서 가장 고성장하는 시장으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북미 전기차 시장 규모는 지난해 46GWh에서 2023년 143GWh, 2025년 286GWh로 가파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만 58%에 달한다.
미 정부가 그린뉴딜 정책과 자국 위주 공급망 재편을 강조하면서 미국에서 전기차 산업에 가장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과의 패권경쟁 과정에서 전기차·배터리를 더욱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이에 맞춰 미국 완성차 업체들도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고, 그 파트너로 한국 배터리 업체들을 가장 우선적으로 선택하고 있다. 실제로 GM과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3대 완성차 업체가 한국의 배터리 3사와 합작사 설립를 위해 이미 손을 잡았고, 협력의 폭을 계속 확대해 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벌인 배터리 분쟁이 끝나면서 사업 불확실성이 해소된 후 미국 내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도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회사 SK온의 경우 미국 2위 완성차 업체 포드와 손을 잡고 배터리 합작 공장 설립에 나섰다.
SK온은 지난해 포드와 10조2천억원을 공동 투자해 총 129GWh 규모의 미국 내 배터리 합작공장 3곳을 짓겠다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SK온은 현재 조지아주에 자체 배터리 제 1·2공장을 각각 9.8GWh, 11.7GWh 규모로 두고 있다. 제1공장은 올해부터, 제2공장은 내년부터 각각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삼성SDI가 미국에 설립하는 첫 전기차 배터리 공장은 스텔란티스와의 합작사다. 양사는 2025년부터 연 23GWh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하고 생산 능력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삼성SDI는 국내 배터리 3사 중 유일하게 미국에 생산 시설을 두지 않고 있다가 지난해 진출을 결정했다.
이런 가운데 앞으로도 현대자동차[005380] 등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이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짓기 위해 한국 배터리 3사에 계속 손을 내밀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도하는 한국 업체들이 미국에서 입지를 확대해가면서 양국 간의 '경제 동맹'이 강화되고, 우리 기업들의 사업 기회가 확대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작년 말 미국 에너지부(DOE)의 발표 내용을 분석한 결과 2025년까지 미국 내 건설 예정인 대규모 배터리 생산설비 13개 중 11개가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관련 설비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11건 중 8건은 이미 지난해 투자 발표가 이뤄졌다.
산업부는 11개 배터리 생산설비에 대한 투자가 예정대로 이뤄질 경우 미국 내 전체 배터리 생산설비 중 국내기업의 설비 비중이 현재 10%대에서 70%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배터리 제조사들뿐만 아니라 포스코케미칼, 에코프로비엠[247540] 등 배터리 소재 업체들도 미국에 진출해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국 배터리 3사가 미국을 발판으로 세계 시장에서도 더욱 영향력을 키울 것으로 전망한다.
에너지 전문 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2위(점유율 20.5%), SK온이 5위(5.8%), 삼성SDI가 6위(4.5%)를 차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K배터리' 투자가 미국으로 쏠려 국내 투자가 상대적으로 부진해지고 기술 유출 우려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배터리는 국가 핵심 기술로 지정돼 해외 진출시 정부의 엄격한 승인을 거치며 배터리 업체들도 기술 유출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의 특성상 전기차 생산지와 가까운 곳에 공장이 위치해야 해서 배터리 생산 기지는 해외에 두고 국내는 투자 계획 결정과 연구·개발에 집중하는 구조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shin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