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센, 아세안 회원국 압박에 "미얀마 군정, 평화 합의 지켜야"

입력 2022-01-26 10:01
훈센, 아세안 회원국 압박에 "미얀마 군정, 평화 합의 지켜야"

말레이 총리와 통화…"약속 이행해야 흘라잉 총사령관 정상회의 참석"

유화적으로 일관하다가 회원국 반발에 다소 강경 모드로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올해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의장인 훈센 캄보디아 총리가 미얀마 군사정부에 대해 유화적인 태도를 취하다가 일부 회원국들이 반발하자 다소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했다.

26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훈센 총리는 전날 이스마일 사브리 야콥 말레이시아 총리와의 화상통화에서 "미얀마 군정 지도자를 아세안 정상회의에 초청했는데 이는 평화 합의 이행에 진전이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깔린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만약에 합의를 지키지 않는다면 비정치적 인물을 회의에 보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캄보디아 정부가 훈센 총리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했다.

훈센은 또 가택연금중인 아웅산 수치 고문에 대해 징역 4년이 추가로 선고됐고 군용기가 실전에 배치된 것을 알고 있다면서 군정 지도자인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과 이날 화상으로 통화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스마일 총리는 긴급히 미얀마 유혈사태를 진정시켜야 하며 수치 고문을 비롯한 정치범들은 즉각 석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말레이시아 외교부는 전했다.

아세안은 미얀마 군정을 상대로 '즉각적 폭력 중단' 등 유혈 사태 해결을 위한 5개 합의 사항을 지키라고 압박해왔다.

그러나 군정이 이를 지키지 않고 반대 세력에 대한 무력 진압을 멈추지 않자 지난해 10월 26∼28일 열린 정상회의에서 흘라잉 총사령관의 참석을 배제했다.

당시 이를 지지한 회원국은 의장국인 브루나이를 비롯해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으로 알려졌다.

반면 올해 순회 의장국인 캄보디아는 상대적으로 유화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훈센 총리는 아세안 의장이 되자 미얀마 군정을 고립시키는게 능사는 아니라고 재차 강조해왔다.

지난 7일에는 미얀마에서 흘라잉 총사령관과 만난 뒤 유혈 사태의 평화적인 해결을 위해 소수민족 무장단체들(EAOs)을 상대로 한 미얀마군의 휴전 선언을 올해말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미얀마 군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뒤 이행되지 않은 선언을 되풀이한 데 지나지 않아 실효성이 없을 뿐 아니라 군정을 인정하는 조치라는 비난이 국제사회와 인권단체들에서 터져나왔다.

이어 일부 아세안 회원국들도 훈센을 견제하면서 미얀마 군정을 계속해서 압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4일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훈센과의 통화에서 미얀마 군정이 아세안 합의를 지키지 않으면 계속해서 회의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이푸딘 압둘라 말레이시아 외교장관도 지난 13일 훈센 총리가 회원국 지도자들과 미얀마 방문을 사전에 논의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훈센 총리는 지난주 사이푸딘 장관에 대해 "오만하다"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었다.

테오도록 록신 필리핀 외교장관도 지난 16일 성명을 내고 수치 고문이 반드시 평화 협상에 참여해야 한다면서 그가 실형을 선고받은 것을 강하게 비난했다.

bum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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