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포토] 이례적 '눈폭탄'에 멈춰 선 그리스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그리스가 이례적인 규모의 폭설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로이터·AP 통신 등에 따르면 수도 아테네와 에게해 여러 섬을 포함한 중·남부지역을 중심으로 23일(이하 현지시간)부터 강추위와 함께 엄청난 양의 눈보라가 몰아쳐 국가비상사태에 준하는 조처가 잇따랐습니다.
당국은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불필요한 외출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하면서 24일에 이어 25일에도 슈퍼마켓과 약국, 주유소 등 필수 업소를 제외한 관공서 및 일반 사업체의 폐쇄를 명령했습니다.
4만6천여 개의 각급 학교 수업은 온라인으로 전환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백신 센터도 일시 폐쇄된 상태입니다. 버스 등 대중교통 운행 역시 전면 중단됐습니다.
또 아테네와 그 주변 지역에서는 폭설에 의한 정전 사태가 속출하며 많은 주민이 큰 불편을 겪어야 했습니다.
대형 안전사고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24일 밤과 25일 새벽 사이 아테네 순환도로에서는 폭설로 1천 대가 넘는 차량이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되면서 군 병력까지 동원된 구조 작업이 진행됐습니다.
3천명이 넘는 운전자가 차를 버려두고 안전지대로 대피했으나, 다수는 10시간 넘게 살을 에는 강추위 속에 공포와 불안에 떨어야 했습니다.
중부지역에서는 200여 명을 태운 기차가 폭설에 멈춰 섰고, 열차 안에 갇힌 승객의 구조 과정에서 14명이 부상하기도 했다고 외신은 전했습니다.
24일 5편을 제외한 모든 노선의 운항을 취소한 그리스 에게항공은 25일에도 대다수의 운항 재개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리스 중·남부에 이처럼 강추위를 동반한 폭설이 내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합니다.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이러한 겨울철 기상 이변이 발생한 점에 비춰 기후변화의 영향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엘피다'(Elpida)라고 명명된 이번 폭설 사태는 26일까지 지속할 것으로 기상 당국은 예보했습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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